[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도전이 중요” 1등도 꼴찌도 환한미소

입력 2013-01-30 19:30


승부는 중요하지 않았고, 1등이나 꼴찌나 모두 승리자였다. 그리고 환한 미소가 가득했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시간이었다.

2013 평창 스페셜올림픽 경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30일 평창과 강릉에서는 8개 전 종목(시범종목 포함)의 디비저닝 경기(수준이 비슷한 선수끼리 경기 등급을 나누는 예선전)가 치러졌다. 지적장애 선수들이 열정적으로 도전을 하는 모습은 대회의 의미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날 강릉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500m 디비저닝 레이스에 참가한 임화정(30·여)씨. 노숙자 생활을 하다 운동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그는 이번 대회를 누구보다 기다렸다. “좋은 성적을 거둬 가족을 찾겠다”고 말했던 임씨는 이날 넘어지는 바람에 실격을 당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빙판 위를 달린 그에게 관중의 박수가 쏟아졌다.

평창 알펜시아 노르딕센터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에 참가한 선수들도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100m와 1㎞의 두 종목 가운데 1㎞ 경기는 체력이 많이 소비되기 때문에 일부 선수들이 눈밭에 주저앉거나 넘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관객의 뜨거운 응원을 받고 다시 일어나 완주했다. 경기 중 결승선 앞에 서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거나 뒤에 오는 선수와 발을 맞춰 함께 들어오는 선수도 있었다. 1㎞ 경기에 참가한 캐나다 선수 리델 제니퍼(33·여)씨는 “힘들었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 해낸 것 같아서 기쁘다”면서 “평창에서 열린 이번 경기가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경기장에서 열린 스노슈잉 디비저닝 경기에서도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레이스를 펼쳤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경기에서 선수들은 스노슈를 신고 종목에 따라 100m, 800m 구간을 달렸다. 관객들은 순위권에 들어온 선수뿐만 아니라 꼴찌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선수에게 더 큰 박수와 함성을 전하며 용기를 줬다. 이 때문에 1등이나 꼴찌를 차지한 선수 모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경기도 구리에서 온 최은재(24·여)씨는 “스페셜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감동적”이라며 “부상 없이 대회를 마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결승선에서 기다리다가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담요로 몸을 감싸며 “수고했다”고 격려했다. 선수들도 자원봉사자들을 끌어안고 완주의 기쁨도 함께 나눴다. 이번 대회 자원봉사로 참가한 초등학교 교사 최정운(28·여)씨는 “선수들이 실력과 등수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해 즐기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고 말했다.

평창·강릉=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