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숫대야 물고문·회초리로 종아리 수십대… 지나친 훈육? 아동 학대 범죄행위!

입력 2013-01-30 19:17


중국집 배달원 A씨(36)는 부인과의 사이에 딸과 아들을 한 명씩 뒀지만 10년 가까이 별거해 왔다. A씨는 시골에 있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아들 B(9)군을 맡겼다가 지난해 초 서울 집으로 데려왔다. 같은 해 5월 A씨는 아들이 책을 잘 읽지 못한다는 이유로 화를 내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려 코피를 터뜨렸다. 다음 달엔 B군이 남의 지갑을 주워 돈을 꺼내 쓴 것을 알고 나뭇가지를 꺾어 때리고, 심지어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아들 머리를 눌러 담그는 고문도 했다. 7월에는 새벽녘에 술에 취해 들어와 손으로 B군의 목을 잡아 들어올린 채 머리 등을 마구 때렸다. B군은 당시 바닥에 넘어지면서 이마와 입술 부위, 오른쪽 뺨 등이 2∼10㎝ 가량 찢어졌다. 출혈이 심해 119구급대까지 출동할 정도였다.

A씨는 이후에도 B군이 일기장에 글씨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세숫대야 물고문’을 하거나 구타를 일삼았다. A씨는 결국 이웃의 신고를 받은 서울시 아동복지센터가 수사를 의뢰하면서 발각됐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안미영)는 불구속 상태로 송치된 A씨를 보완수사한 뒤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아이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던 거 같다”고 말했다. 현재 아동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는 B군은 물만 보면 겁을 내는 등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늦게 귀가했다고 화를 내며 의붓아들(10)을 회초리로 수십 대씩 상습적으로 때린 C씨(50·여)도 불구속 기소했다. 안 부장검사는 “아동학대는 훈육이 아니라 범죄행위”라며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학대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감시자’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아동학대 상담 신고 1만146건을 접수해 이 중 6058건을 아동학대로 판정했다. 국내 아동학대 상담신고는 2007년 9478건, 2009년 9309건 등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아동학대특례법 제정안이 지난해 9월 발의됐지만 아직도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법안은 학대자에 대한 징역형을 기존 ‘5년 이하’에서 ‘10년 이하’로, 벌금액수를 ‘30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강화하고, 재범 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도 병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