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국형 토빈세’ 도입 검토

입력 2013-01-30 19:11

외환 당국이 한국형 토빈세(외환거래세) 도입 검토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한국의 실정에 맞게 수정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토빈세에 대해 그동안 반대 입장을 밝혀 왔던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30일 금융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서 “원래 의미의 토빈세는 도입이 곤란하다”면서도 “토빈세가 지향하는 단기 해외투기자본 규제라는 취지를 살려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한 다양한 외환거래 과세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제도를 도입한 이후 시행을 유보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토빈세는 투기성 단기 해외자금의 유출입을 억제하기 위해 외환시장의 현물 거래 전체에 대해 단일세율로 과세하는 것으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1972년 제안해 이름이 붙여졌다.

정부의 토빈세 도입 검토에는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이 전례 없는 양적완화 정책을 펴면서 우리나라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 차관보는 “파고가 높아져서 더 높은 둑을 쌓지 않으면 쓰나미에 휩쓸려 갈 수도 있다”며 선제 대응을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각 나라의 실정에 맞는 토빈세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는 최근 독일·프랑스 등 11개국의 금융거래세 도입을 승인했다. 브라질도 이미 2009년 해외자금 유입에 과세하는 외환거래세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최 차관보는 이와 함께 단기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추가 대책도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 기업과 역외시장(NDF)의 투기 수요가 가시화하면 은행의 선물환 거래 여력을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선물환포지션 관리 방식을 현행 월평균에서 하루 또는 한 주 평균으로 바꾸고 외국계 은행 150%, 국내 은행 30%로 정해진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추가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필요하면 선물환포지션 산정 시 NDF 거래분에 가중치를 부여하고 NDF 거래의 중앙청산소(CCP) 이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역외시장의 거래정보를 확보, 사전에 투기 움직임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