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퇴직연금 몰아주기’ 심각

입력 2013-01-30 19:12

삼성, 현대자동차 등 주요 그룹의 금융권 계열사 퇴직연금 몰아주기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30일 금융회사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를 돈의 출처(가입자)에 따라 ‘자기 계열사’와 ‘기타 가입자’로 나눠 공시했다. 그동안 적립금은 출처를 나누지 않고 공시했었다. 전체 적립금에서 계열사 물량 비중이 가장 큰 금융회사는 롯데손해보험이었다. 7163억원 중 93.9%(6726억원)가 롯데그룹 등 계열사에서 넘어온 돈이다.

계열사 물량 2위는 HMC투자증권(91.0%)이 차지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HMC투자증권은 적립금 4조5101억원 중 4조1045억원이 같은 그룹 내 계열사에서 들어온 돈이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도 계열사 물량이 81.9%로 높았다. 전체 적립금 9709억원 중 현대중공업 계열사의 물량을 빼면 1755억원밖에 안 남는다.

4·5위는 삼성그룹 계열 금융회사인 삼성생명(49.8%)과 삼성화재(44.4%)였다. 삼성생명의 계열사 적립금은 4조7755억원으로 금액으로는 금융회사 중에서 가장 컸다. HMC투자증권의 전체 적립금보다도 많은 액수다. 삼성생명의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9조5923억원으로 업계 1위지만 계열사 물량을 제외하면 5위로 내려앉는다.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