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에서 상생으로] (중) 산업계 ‘허리’를 떠받쳐라

입력 2013-01-30 17:39


“中企 눈물 닦아주자” 대출금리 내리고 컨설팅까지…

오토바이 헬멧 제작업체 홍진 HJC는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2008년 9월 베트남에 진출했다. 현지법인과 공장을 세우고 야심 차게 출발했다. 성공적인 현지화를 위해서는 마케팅 전략과 공정불량 관리방안 등 보다 체계적 전략과 시스템이 필요했다.

지난해 8월 홍진HJC는 IBK기업은행의 문을 두드렸다. 주거래은행인 기업은행은 주요 고객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컨설턴트 3명을 베트남 하노이로 보냈다. 한 달 동안 컨설턴트들은 마케팅 전략부터 생산·원가 관리까지 경영의 처음과 끝을 모두 샅샅이 뒤졌다. 경영방향 설정, 작업시간 단축 등 공정개선뿐 아니라 우수 판매사와 납품계약까지 직접 체결해줬다.

홍진HJC 관계자는 “기업은행이 불어넣은 활기 덕분에 경영은 제자리를 되찾았다”며 “동남아시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이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에 ‘상생의 손’을 내밀고 있다. 눈앞의 이익을 버리고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을 떠받치고 나섰다. 대출금리를 내리고 대출상품을 다양화하는 등 중소기업 지원을 더욱 확대했다. 중소기업에 경영 컨설팅을 해주며 든든한 동반자로 거듭 나고 있다.

◇중기 대출, 금리는 내리고 총액은 늘린다=고객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기업은행은 지난 1일 중소기업 대출 최고금리를 연 10.5%에서 연 9.5%로 내렸다. 조준희 행장이 2010년 취임할 때 약속한 ‘대출금리 한 자릿수 만들기’를 실천한 것이다. 기업은행은 연체 최고금리도 연 13%에서 연 11%로 깎았다.

우리은행도 적극적이다. 이순우 행장은 “은행이 기업을 살리는 의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말까지 3조원 한도 내에서 최저 연 3.5% 금리로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있다. 무역업체들의 외화대출도 1억 달러 한도 내에서 최저 연 2% 금리로 제공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신한은행은 기업대출 최고금리를 연 15% 수준에서 연 12%로 3% 포인트 내렸다. 중소기업의 시설·운영자금 대출의 경우 올해 1분기 대출 총액을 당초 1조8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으로 늘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돕는다=금융권은 글로벌 경기침체, 환율 급락으로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영 컨설팅도 지원하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KB Wise 컨설팅 서비스’를 통해 경영·세무·가업승계·환 위험 관리 등 기업 맞춤형 상담을 제공한다. 기술력과 사업성이 뛰어나지만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을 돕자는 취지다.

하나금융그룹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주고 창업 아카데미를 열고 있다. 중소기업 전용 창구와 점포도 늘리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중소기업이 많은 충남 당진과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 전담점포를 개설한 데 이어 올해 서울 구로·가산디지털단지, 경기도 반월공단 등 중소기업 밀집지역 6곳에 영업점을 확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직원 864명을 ‘중소기업 전문가’로 키웠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재무와 경영 전반에 대한 상담을 전담한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고객이 많은 산업단지에 ‘금융센터’도 도입했다. 중소기업 직원에게 전문적인 금융상담을 해주는 금융센터는 올 1분기 안에 55곳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