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싱어송라이터 대모 한영애, 나가수 출연·콘서트… “나, 스타일 바꿨어요”
입력 2013-01-30 18:24
지난해 6월 10일, 가수 한영애가 MBC TV ‘일밤-나는 가수다(나가수)2’ 무대에 등장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던 가수들은 놀라움과 존경의 마음을 동시에 표시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가수다”(김건모) “나처럼 (노래)하는 사람은 없다는 걸 보여주는 표본이다”(이은미)….
하지만 일부 한영애 팬들은 의아해했다. 왜 그가 까마득한 후배들과 가창력을 겨뤄야 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한 건지 납득하기 힘들었다. 이들은 여성 보컬리스트로서는 독보적 위치에 올라 있는 한영애와 ‘나가수’ 무대는 격(格)이 안 맞는다고 여겼다. 더군다나 한영애는 데뷔 후 30년이 훌쩍 넘는 기간 중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자제해온 인물 아니었던가.
어쨌든 한영애는 브라운관에 등장했고, 11월까지 5개월 동안 ‘나가수’에 출연했다.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내진 못 했지만 매번 관록의 무대를 선보이며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지난달 그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케이블 채널의 한 토크쇼에 출연해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한영애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같은 모습에서 그의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인연을 거의 안 만들고 살아온 스타일이다” “공연이 끝나면 혼자 산으로 가버리곤 했다”고 말할 만큼 한영애는 매사에 내성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왜 갑자기 자신의 ‘삶의 스타일’을 바꾸기로 한 걸까.
3월 8∼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원트 유(Want You)?’라는 타이틀로 콘서트를 여는 한영애를 최근 서울 명륜동 한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는 “옛날과 달리 마음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팬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려는 모습이다.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1990년대 초반에 한 매체와 인터뷰한 기사를 우연히 읽게 됐다. 거기에 기자가 이렇게 써놨더라. ‘우리가 한영애 노래를 듣고 싶을 때 그는 없었다. 한영애는 자기가 노래하고 싶을 때만 노래하고 우리가 갈증을 느낄 땐 사라졌다…’. 이런 문장을 읽는데 내가 그동안 (대중을) 너무 등한시하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성하게 됐다. ‘나 아직 여기 있어요. 당신들을 만나고 싶어요’라는 제스처라도 취해야 할 것 같았다. 가수 생활 시작하고 처음으로 마음을 바꾼 셈이다.”
-‘나가수’ 출연도 그런 이유에서였나.
“그렇다. 물론 ‘나가수’ 시즌1 때도 출연 제의는 수차례 있었지만 당시엔 아예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대중에게 이제 ‘인사’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던 시기에 제의가 다시 온 거다. 방송을 통해 그동안 내가 해온 음악을 점검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출연하니 내가 승부욕이 없는 사람이어서인지 방송을 즐기진 못 했던 것 같다.”
-방송 출연으로 팬층도 다양해졌다. 공연을 앞두고 있는 기분도 예전과 다를 것 같은데.
“지난 1년 동안 팬클럽에 10대 팬들이 많이 가입했다. 내 노래가 10대들에게 어떻게 통했을까 궁금해 물어보면 ‘절절히 와 닿는다’고 답하더라(웃음). 과거엔 콘서트를 하면 30∼40대 팬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엔 궁금하다. ‘10대들이 과연 공연장에 올까’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후배들이 존경하는 가수를 꼽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 중 하나가 한영애다.
“이유를 자평하라면 자랑하라는 것 같아서 말을 잘 못하겠다(웃음).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나의 뚝심을 얘기하곤 한다. 예컨대 나는 누군가 많은 돈을 들고 와서 나랑 어울리지도 않는 공연을 하라고 하면 거부했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한결 같은 선택을 해온 편이다.”
-나이를 공개하지 않는 걸로 안다.
“난 나이 먹는 게 창피하지 않다. 하지만 나이를 공개 안 하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이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나이를 알고 나면 ‘저 나이에 저런 옷 입어도 돼?’ ‘저렇게 놀아도 돼?’라는 말을 한다. 이런 편견이 싫어서 언제나 정확한 나이에 대해서는 함구해왔다.”
-1976년 포크 그룹 ‘해바라기’ 멤버로 데뷔했다. 몇 년 후면 데뷔 40주년을 맞는데.
“40년 동안 뭘 했나 싶어 너무 부끄럽다. 대중들에게도 미안하다. 하지만 내가 휘청거리며 걸어온 흔적을 정리하는 콘서트는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3월에 갖는 ‘원트 유’ 공연은 2∼3년 후 열릴 (40주년 기념) 공연으로 가는 스타트가 될 것 같다. 이 공연을 계속 수정하고 발전시켜서 그때가 되면 정말 좋은 콘서트를 열고 싶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