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 고구려비, 광개토대왕이 세운 고구려 最古 비… 한국고대사학회 분석 결과
입력 2013-01-30 18:19
중국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마셴(麻線)향 마셴촌에서 발견된 ‘지안 고구려비’가 광개토대왕이 세운 현전(現傳)하는 고구려 최고(最古)의 비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고대사학회는 30일 한국외대에서 언론설명회를 열고 “광개토대왕이 부왕인 고국양왕이 388년 제정한 율(律)에 입각해 건립한 수묘(守墓)비의 하나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여호규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는 “확정할 수는 없지만 학회 검토 결과 비문의 내용, 광개토대왕비(장수왕 재위 3년인 414년 건립)와의 관계 등을 감안할 때 광개토대왕이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 교수는 “광개토대왕비 비문 마지막에 보면 수묘제 관련 내용이 나오는데 지안 고구려비의 수묘제 내용이 더 구체적이고 전 단계 표현으로 볼 수 있는 서술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안 고구려비는 수묘제 등 고구려 제도사 연구의 획기적 자료일 뿐 아니라 중국과는 다른 고구려만의 독창적인 석비(石碑) 문화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됐다. 한국고대사 전문가인 윤용구 박사는 “지안 고구려비는 비석의 머리 부분이 삼각형 형태로 중국 후한대 이래 유행한 규수비(圭首碑)”라고 분석했다. 여 교수는 “지안 고구려비보다 늦게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광개토대왕비는 고구려만의 독창적인 사각기둥형 4면비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는 충주 고구려비로 계승된다”고 부연했다.
한국고대사학회는 “학회 차원에서 지안 고구려비를 연구하는 팀을 만들어 판독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광개토대왕비와 유사한 측면이 많은 만큼 두 비석에 대한 비교 연구를 집중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박사는 “비석에 새겨진 218자 가운데 중국 연구진이 140자만 판독했지만 현지 조사를 거쳐 정밀한 탁본을 확보하면 더 많은 글자를 판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는 우선 4월 13일 지안 고구려비 분석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정부 관련 부처 등과 협력해 구체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중국과의 공동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안 고구려비는 지난해 7월 발견된 것으로, 중국 국가문물국(문화재청에 해당)이 발행하는 ‘중국문물보’가 지난 4일 이 소식을 보도하면서 국내에 알려졌다. 광개토대왕비, 충주 고구려비에 이어 세 번째 발견된 고구려비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