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낙마 파장] 朴 당선인, 인사청문회제도 불만 토로… “심문하듯 몰아붙이기는 문제”

입력 2013-01-30 21:55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30일 새누리당 강원지역 국회의원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현행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잘못 운영되고 있다며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그의 낙마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서울 시내 안가(安家)에서 정문헌 의원 등 8명과 점심을 함께하며 “우리 인사청문회 제도가 죄인 심문하듯 몰아붙이기 식으로 가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 인사청문회라는 것이 일할 능력에 맞춰져야 하는데 조금 잘못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또 “후보자에 대한 ‘아니면 말고’식의 의혹이 제기되고 사적인 부분까지 공격하며 가족까지 검증하는데 이러면 좋은 인재들이 인사청문회가 두려워 공직을 맡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은 “후보자의 정책검증은 공개적으로 국민 앞에서 철저히 하되 개인 사생활과 관련된 부분이나 후보자의 인격은 지켜줘야 하지 않나”라며 “미국은 그런 게 잘 지켜지고 있어 인사청문회를 더 효과적으로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했다고 한다. 전날 김 전 후보자가 ‘사퇴의 변’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보도라도, 상대방의 인격을 최소한이라도 존중하면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기사로 비판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인사청문회가 원래의 입법취지대로 운영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참석자들은 그러나 “김용준이라는 이름은 안 나왔다”면서 “강원도 지역 현안에 대한 얘기가 거의 다였다”고 말했다. 대화 도중 인사청문회가 화제에 오르자 박 당선인이 비판적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전 후보자의 두 아들과 부인 등 가족에 대한 각종 의혹 제기가 그의 자진사퇴 이유 중 하나라고 박 당선인이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연장선에서 박 당선인이 대선 승리 이후 최대 위기를 돌파할 묘책을 찾고 있다. 인수위 안팎에선 박 당선인이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그간의 인사 과정을 해명하고, 인사청문회 제도와 인사검증 시스템 개선을 약속하며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여권 관계자는 “여론 흐름이 좋지 않다. 박 당선인이 국민에게 직접 인사시스템 개선을 약속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당선인 측에선 “아직 그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계속 파문이 커질 경우 자연스런 기회에 박 당선인이 입장을 표명하리란 관측도 있다.

김재중 김나래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