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하늘 문 열다] ‘긴박했던 9분’… 음속돌파→ 페어링 분리→ 2단 점화 드디어 우주로

입력 2013-01-30 22:06


3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는 나로호(KSLV-Ⅰ) 발사 성공이 확인되자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나로우주센터와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내며 환호했다. 2009년과 2010년 두 번의 쓰라린 실패를 딛고 2년7개월여를 절치부심하며 마지막 3차 발사를 준비해 왔던 터라 더욱 감격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발사 전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발사를 2시간여 앞둔 오후 2시3분 발사지휘센터(MDC)에서는 1단 로켓 추진제와 연료 주입이 잇따라 시작됐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본격 발사 준비에 돌입했다는 신호탄이었다.

2시26분 헬륨가스 충전이 시작되자 연구원들은 숨소리를 죽였다. 지난해 11월 26일 3차 발사 첫 시도 때 헬륨가스 충전부 부품(어댑터블록)의 결함으로 발목이 잡혔던 터라 연구진은 조심스레 상황을 지켜봤다.

연료와 산화제, 헬륨가스 충전이 1시간여 만에 별 탈 없이 끝나자 처음으로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발사 30분 전 나로호를 지탱하고 있던 기립장치 철수 작업이 무사히 끝났다. 우주센터는 발사 단계별 안내방송이 나올 때마다 한번씩 술렁였다.

발사 20분 전. 모든 발사 시스템에 대한 준비가 마무리됐다. 발사 15분 전인 오후 3시45분 이제 발사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할 시간. MDC에서 발사 작업을 총지휘하고 있던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이 ‘고(GO)’ 버튼을 눌렀다.

동시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며 이륙 전까지 발사체 내 컴퓨터가 스스로 점검을 실시하는 자동 시퀀스가 작동됐다. 자동 카운트다운 시계가 ‘00:15:00’에서 거꾸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발사 때까지 긴장감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드디어 1분 전, 초 단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지켜보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나로호에 모아졌다.

발사 3.8초 전 화염을 뿜기 시작해 카운트가 ‘0’이 되는 순간 나로호가 지축을 흔들며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나로호에 전기에너지 등을 공급하는 여러 배관들인 ‘케이블 마스터(흰색 긴 관)’가 마지막 순간까지 지상과 발사체를 이어주다 이륙 순간 떨어져나갔다.

나로호는 이륙 직후 10초간 ‘발사대 회피기동’을 위해 북동쪽으로 향한 뒤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날아올랐다. 회피기동은 나로호의 화염이 발사대 시설에 손상을 주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사대 중요 시설을 향하지 않고 발사대 바깥으로 향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늘로 솟구친 나로호는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작은 점만한 크기로 나로우주센터 상공 시야에서 사라졌다.

발사와 동시에 육상의 나로우주센터와 제주 추적소, 해상의 해경 3002함에선 각각 레이더와 광학추적장비 등을 가동해 점점 속도를 높여가는 나로호의 우주비행을 숨가쁘게 쫓으며 비행 정보를 수집했다.

나로호는 이륙 3분35초 후 고도 177㎞에 이르자 위성보호덮개인 페어링을 무사히 떨어뜨렸다. 이어 3분52초 고도 193㎞에서 로켓 1단과 2단을 정상 분리했다. 6분35초(고도 303㎞)에는 2단 로켓 고체엔진(킥모터)이 점화됐다. 발사 9분 후 나로호는 고도 302㎞ 상공에서 나로과학위성을 우주궤도로 올려보냈다.

로켓으로부터 떨어져나온 나로과학위성은 이후 초속 8㎞ 속도로 목표 지구궤도(300∼1500㎞)를 돌기 시작했다. 위성 분리까지 나로호의 비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졌음이 확인되자 MDC에서 다시 한번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고흥=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