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하늘 문 열다] 외신들 “北로켓 맞선 한국의 자존심 건 프로젝트 성공”… 국내외 반응

입력 2013-01-30 22:02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세 번째 도전 끝에 발사에 성공하자 과학기술계 인사들과 시민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외신들도 발사장면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시민들 ‘대한민국’ 연호=30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우주발사전망대를 가득 메운 3000여명의 시민들은 발사대에 곧게 서있던 나로호가 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굉음과 함께 하늘로 힘차게 솟구쳐 오르자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관람객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하고, 두 손에 든 태극기를 흔들면서 발사 성공의 기쁨을 만끽했다. 경기도 화성에서 이곳을 찾은 주기남(49)씨는 “이번에는 틀림없이 발사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해 아들과 함께 먼 길을 달려왔다”며 “발사 성공의 감동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아들과 함께 연거푸 ‘파이팅’을 외쳤다.

오후 4시9분쯤 서울역 대합실에서 대형 TV로 나로호 발사 생중계를 보던 시민 100여명은 화면에 ‘나로호 발사 성공’이라는 자막이 뜨자 모두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회사원 김석훈(42)씨는 “불꽃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구치는 나로호를 보자 가슴이 벅차올랐다”며 “한국 우주과학의 큰 성과”라고 감격해했다. 대학에서 항공우주공학을 공부하는 최수원(23)씨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을 실감했다”며 “두 차례 실패 끝에 이뤄낸 성과라 더 값지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신준서(13·서울 삼성초교)군은 “거대한 나로호가 하늘을 가르고 날아오르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고 특히 발사에 성공해 기뻤다”면서 “달나라까지 갈 수 있는 우주비행선을 만드는 훌륭한 과학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자체장들도 ‘과학기술의 쾌거’=지방자치단체장들도 한 목소리로 발사 성공을 반겼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성명을 통해 “그동안 나로호 발사 성공까지 최선을 다해 재도전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며 “5000만 국민 모두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우리 국민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국력에 걸맞은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쾌거”라며 “한국형 발사체의 독자 개발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공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호재(48)씨는 “연이은 실패 때문에 나로호 개발진의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이라며 “이들을 격려해주고 독자 기술로 만든 로켓을 띄우기 위해 정부가 더욱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나로호 성공을 축하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국민들의 걱정과 불안을 모두 담아 멀리 힘차게 날아 달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이용자는 “드디어 우주 문이 열렸다. 삼수 끝에 성공해 우리나라가 항공우주산업에서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고 적었다.

◇외신들, 발사 성공 신속 보도=CNN과 AFP, 교도통신 등 외신들도 한국의 나로호 발사 성공을 신속히 보도했다. 중국 CCTV와 미국 CNN은 이날 나로호 발사 장면을 생중계했다. AFP는 나로호 발사가 지난달 북한이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한 이후 국가적 자존심을 건 프로젝트가 됐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한국이 나로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이번 발사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겠다고 위협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한국이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 발사 실패 이후 세 번째 시도 만에 특별한 문제 없이 나로호를 발사했다고 전했다. CCTV는 발사 성공이 확인된 이후에도 약 10분간 나로호 발사 과정과 의미 등을 집중 보도했다. 텅쉰 등 중국의 주요 포털도 뉴스란에 CCTV 중계화면을 그대로 내보냈다.

◇러시아 ‘한국, 사실상 우주클럽 가입’ 축하=나로호에 1단 로켓을 제공한 러시아 흐루니체프 우주센터의 알렉산드르 보브레뇨프 공보실장은 “모든 것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을 축하한다”며 “세 번의 도전 끝에 처음으로 모든 게 완벽하게 성공했으며 이는 한국과 러시아 모두에 역사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사실상 우주클럽에 가입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로호 발사에 참여했던 러시아 전문가들은 단계적으로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용상 기자, 고흥=김영균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