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하늘 문 열다] 발사 성공 의미와 전망… 스페이스클럽 가입 10번째? 한국형 발사체 개발 탄력

입력 2013-01-30 18:50


5000만 국민의 염원을 실은 나로호가 마침내 우주로 날아올랐다.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 발사 실패의 아픔을 딛고 마지막 3차 발사 세 번째 도전 만에 이뤄낸 값진 성과다. 나로호의 성공으로 2010년부터 순수 국내 기술로 추진 중인 한국형 발사체(KSLV-Ⅱ) 개발에 탄력이 붙게 됐고, 세계 각국의 치열한 우주개발 경쟁에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장거리 로켓 발사에 성공한 북한에 스페이스클럽 가입의 선수를 빼앗겼다는 지적이 있어 나로호의 성공 의미가 다소 반감된 면이 없지 않다.

뒤늦게 우주독립국 첫 발

나로호 성공 발사로 ‘우주기술 개발의 3박자’를 보유한 명실상부한 우주 독립국을 향한 첫발을 뗐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주개발 3박자란 자국 기술로 만든 위성과 우주 발사체, 발사장을 갖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우주기술 개발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40여년 늦게 시작됐다. 위성 기술만큼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뤄 세계 5∼6위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나로과학위성을 포함해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11개의 인공위성(민간 발사 위성 제외)을 쏘아 올렸다. 단, 지금까지 모두 외국 발사장과 발사체를 이용했기 때문에 ‘반쪽’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따라 2009년 6월 나로우주센터가 완공됐고 세계 13번째 우주기지 보유국이 됐다. 또 1990년대부터 과학관측로켓시리즈(KSR Ⅰ∼Ⅲ) 개발로 발사체 기술 자립에 나섰지만 로켓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약 69∼85%에 머물고 있다. 2002년부터 10년을 공 들여온 나로호도 2009년, 2010년 연거푸 발사에 실패했다. 나로호의 발사 성공은 우주기술 개발의 3박자 중 마지막 한 가지를 완성했다는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 탄력

나로호에서 우리 기술은 60% 정도에 머문다. 나로과학위성과 로켓 상단(2단)의 고체엔진, 페어링, 자동유도항법 기술은 순수 우리 것이지만, 1단 액체엔진은 러시아가 만든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러시아에 나로호 전체 예산(5205억원)의 40%가 넘는 2000억원을 넘겨야 했다. 때문에 이번 나로호 발사를 ‘완전한 성공’이라기보다 남은 과제들을 분명하게 해 준 중간 단계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궁극적으로는 1.5t급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시리즈’를 지구 저궤도(600∼800㎞)에 올릴 수 있는 한국형 발사체를 독자 개발, 발사해야 진정한 의미의 우주기술 자립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우주개발중장기계획에 따라 2010년부터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착수, 2020년과 21년 2차례 위성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수위는 이 같은 한국형 발사체 개발 및 발사를 당초 계획보다 2∼3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승조 항공우주연구원장은 이에 대해 “한국형발사체 발사를 2018∼2019년쯤으로 하고 2020년에 달 탐사를 시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부 이창진 교수는 “러시아와 기술 협력을 통한 나로호 개발과 3차례 발사 과정에서 발사체 체계 기술, 발사장 구축 및 발사 운영 기술 등을 확보했다”면서 “나로호의 성공 발사는 자주적 우주 개발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이스클럽 가입, 北 이어 11번째?

스페이스클럽은 통상 자국 발사장에서 자국 발사체로 자국 위성을 쏘아올린 우주기술 강국을 일컫는다. 하지만 어떤 실체적 국제 기구 등으로 결성돼 활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스페이스클럽 구성 조건에 대한 해석도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일단 러시아(옛소련)·미국·프랑스·일본·중국·영국·인도·이스라엘·이란 등 9개국은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상태다. 문제는 북한이다. 위키피디아의 ‘국가별 궤도 발사 순서’ 항목을 보면 2012년 현재 세계 10개 나라가 자국 비행체에 물체를 실어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이 10개국에 북한이 마지막 순서로 올라있다. 이 경우 한국은 북한에 이어 11번째 가입국이 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로켓 발사가 순수 우주개발 목적이어야 하고 궤도에 올린 위성이 제 기능을 발휘해야 스페이스클럽 대우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항공우주연구원 이주진 전 원장은 “은하 3호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 목적이었음을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있고 광명성 3호가 지구 궤도를 돌며 위성으로서 제 기능을 하는지 증거도 없다. 북한의 10번째 스페이스클럽 가입 인정에는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흥=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