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컬 진영 신학자들 “WCC 공동선언문 폐기하라”

입력 2013-01-30 21:11

지난 1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4개 단체 대표들이 발표한 세계교회협의회(WCC) 관련 공동선언문을 놓고 에큐메니컬 진영 신학자들의 비판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이원규 교수 등 감리교신학대 교수 14명은 30일 발표한 성명에서 “공동선언문은 다른 이념을 가진 이들과의 대화와 공존을 거부하고 문화적 다양성과 소수자들의 권리를 부정함으로써 에큐메니컬 운동의 정신을 본질적으로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NCCK는 공동선언문을 즉시 폐기하고 김영주 NCCK 총무와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는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성영 교수 등 한신대 신학대 교수 11명도 호소문을 내고 “공동선언문은 세계교회 협력과 일치의 전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김 총무의 사임과 한국준비위 재정비를 요구했다. 성공회대 신학과 교수 10명과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한국문화신학회 등도 이와 비슷한 성명을 냈다.

한편 한기총은 ‘공동선언문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김근상 NCCK 의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한기총은 30일 성명에서 “공식문서를 송두리째 부정한 NCCK의 모습을 보면서 결코 하나 될 수 없는 그들 안의 배타성을 재확인했다”며 “일방적으로 공동선언문 수용불가를 천명해 한국교회 성도들의 가슴 속에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불신이 남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무 총책임자인 총무가 서명한 문서를 동전 뒤집듯 뒤집어버린다면 이제껏 NCCK가 해온 행동·방법들을 전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영한 기독교학술원장도 “공동선언문을 반대한다는 것 자체가 에큐메니컬 정신과 어긋난다고 본다”며 “모처럼 이뤄진 보수와 진보의 화합이 깨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