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상점에 남녀분리 장벽 쌓아라”
입력 2013-01-30 17:45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이 29일(현지시간) 상점마다 ‘남녀 분리벽’ 설치를 의무화했다. 중동 위성방송 알아라비아는 벽(wall)이 설치될 사우디의 쇼핑몰을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Walmart)’에 빗대 풍자했다.
압델 카페이흐 노동부 장관은 이날 남녀 점원이 함께 일하는 가게에 1.6m 높이의 분리벽을 설치하도록 명령했다. 무타와(종교경찰)로 알려진 ‘선행 증진과 비행 방지를 위한 위원회’도 이를 승인했다. 남녀 분리를 고집하는 사우디 왕국의 보수적 통치 방식을 쇼핑몰에서도 강화하는 조치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사우디는 지난 2011년 여성 속옷,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남성 직원을 여성으로 교체하라고 지시했었다. 커피숍, 옷가게, 꽃집 등 서비스 업종에서 주로 남성이 종사하는 이슬람 사회 분위기를 감안해도 이례적 조치다. 여성 전통의상인 ‘아바야’(얼굴, 손, 발만 빼고 온몸을 가리는 검은 가운) 매장에서도 남성 종업원이 손님의 옷을 입혀주는 행위 등 신체 접촉이 제한된다.
사우디의 여성 차별은 다른 중동 국가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여성은 운전을 할 수 없고, 은행 등 관공서에 출입할 때 남성과 다른 문을 이용해야 한다. 구직, 여행, 학업, 결혼, 법정에서의 증언도 남편 또는 남성 친인척의 허가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사우디의 성 평등에도 작은 진전이 있었다. 이달 초 국왕 최고 자문기구인 슈라위원회 150명의 위원 중 20%가 여성에게 할당된 것. 그러나 남녀 위원이 칸막이로 분리된 채 회의를 진행하고, 토론 또한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통신 시스템을 통해 진행될 것이라고 알아라비아는 전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