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종천] 박근혜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입력 2013-01-30 18:57


지난 1월 28일 국민일보에 게재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들의 모두발언 메모 사진을 보고 박근혜 정부가 진정 희망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역대 정부와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강의하면서 발언자와 수신자 간에 눈을 마주치는 것이(eye contact) 경청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화는 언어 커뮤니케이션 못지않게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하다. 발언자의 목소리, 얼굴 표정은 물론 몸짓 하나하나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일 신문에 보도된 두 사진을 보면 박 당선인의 표정은 매우 단호한 반면 회의에 참가한 분과위원들은 거의 예외 없이 메모에 매달려 있어 박 당선인의 표정이나 몸짓에서 나오는 강도를 총체적으로 느낄 수 없어 보인다. 메모에만 열중하다 보면 쓰는 속도가 말하는 속도보다 늦기 때문에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같은 날 보도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 장면도 메모 자세는 같으나 참가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위원장과 눈을 마주치고 있어 좋은 대조를 이뤘다.

박근혜 새 정부가 실사구시에 의한 성공적인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회의 방식의 전환뿐 아니라 과거의 대화 방식도 새롭게 변화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형식적인 대화 방식부터 변화해야 한다. 텔레비전을 통한 대국민 대화 방식이나 대통령 주재 수십명 또는 수백명이 참가하는 각종 회의는 비생산적일 뿐 아니라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 국민은 이 같은 방식의 대화를 신뢰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말하거나 행동하는 대통령보다는 가끔 실수를 하더라도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대통령의 대화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다.

다음으로 지적할 것은 대통령의 경험과 사례가 논의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 초기에 경험한 사소한 사례들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과의 정책적 논의와 대통령의 결단은 구별돼야 한다. 대통령 발언을 메모해 집행하는 국무위원이나 기관장이 아니라 대통령 발언에 대해 충분한 토의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책을 추진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정립돼야 한다.

각 부처의 사소한 내용들을 대통령이 이야기했다고 해서 그대로 집행하는 정부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국무위원 또는 관련 부처와의 충분한 토론 과정을 통해 대통령이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해당 국무위원이 책임지고 실행해야 한다.

끝으로 대통령 당선인은 새로운 형태의 대화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과거 정부의 일방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국민들과의 쌍방형 커뮤니케이션에 보다 많은 시간을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바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팔로어가 24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대통령 당선인은 최초의 이공계 대통령으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 정보통신기술을 대국민 대화 수단으로, 특히 젊은이들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대통령이 되기 바란다. 당선인 이전 활용하던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물론 다양한 매체를 통한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늘리고 이를 적극 활용할 때만이 형식적인 정부 내 커뮤니케이션이 개선되고 선진국형 정치문화가 구현될 것이다.

박종천(명지대 교수·국제통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