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초연금 도입하더라도 형평성 훼손 없어야

입력 2013-01-30 18:53

기초연금 도입 필요성이 거듭 확인됐다. 30일 한국노동연구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 가구(2인 이상)의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2003년 이후 크게 악화됐으며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칠레에 이어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2003년과 2011년의 고령층 지니계수는 경상소득 기준으로 0.399→0.419, 시장소득으로 0.479→0.505, 가처분소득으로 0.405→0.418로 모두 높아졌다. 지니계수는 불평등 정도가 낮을수록 ‘0’에 가깝고 그 정도가 클수록 ‘1’에 수렴한다. 보통 지니계수 0.40을 소득불평등의 심각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보는데 우리나라 고령층은 위의 세 기준 모두에서 그 수위를 웃돌고 있다.

이렇듯 고령층 지니계수가 높은 것은 우리나라 공적연금제도의 역사가 짧은 탓이다. 전 국민 대상의 공적연금제도인 국민연금은 1988년에서야 도입됐고 가입기간이 최소 20년임을 감안하면 당시 40세 이상, 현재 65세 이상 국민 가운데 국민연금에 가입한 사람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뒤늦게 연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최소 가입기간을 10년으로 낮추는 등 수급요건을 완화해 연금가입을 유도했으나 고령층 연금 미가입자는 현재 전체 고령층 613만명 중 404만명이나 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기초연금 구상도 바로 연금 사각지대 고령층의 빈곤해소 차원에서 출발했을 터다. 재원 조달과 관련해 여러 가지 논란이 벌어지자 박 당선인은 부랴부랴 2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토론회에서 재원은 세금에서 충당하겠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뿐 아니라 지원 대상도 당초 알려진 것처럼 65세 이상의 모든 고령층이 아니라 연금 미가입자에게만 월 20만원을 지원하고 연금 가입자 중 연금급여가 20만원이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만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재원 조달 부담을 감안해 차등 방식으로 선회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내용을 보면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노후를 위해 국민연금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에게는 20만원 중 연금급여와의 차액만 지원하는 반면 미가입자에게는 전액을 보조한다면 그야말로 역차별이 아닐 수 없다.

예컨대 연금 가입자가 연금보험료 납입등급 중 최저액인 2만1600원을 10년간 내면 연금급여로 매월 12만원을 받는다. 이 경우는 알려진 기초연금 방식에 따르면 8만원만 추가로 더 받아 연금 미가입자와 똑같이 총 월 20만원을 받게 된다. 사실상 보험료를 내나 안 내나 같은 처우를 받는다면 누가 애써 보험료를 내려고 하겠나. 기초연금 도입의 당위성은 분명하지만 형평성 훼손은 막아야 한다. 기초연금의 제도 세팅을 좀더 치밀하게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