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후보 사퇴] 재산 내역 공개에 부담… 金후보자 가족들, 강하게 만류한 듯

입력 2013-01-30 01:02

‘깜짝 지명’으로 새 정부의 첫 국무총리 후보자가 됐던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29일 ‘깜짝 발표’로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김 후보자는 건강관리를 위해 아침마다 해온 수영을 이날은 건너뛰었다. 전날 밤늦게까지 가족들과 거취 문제를 상의하느라 평소처럼 하루를 시작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 내역과 형성 과정이 속속들이 공개되는 상황을 힘들어했던 가족들이 인사청문회 검증대에 서는 것을 강하게 만류했다고 한다. 평소보다 1시간30분 늦은 오전 8시30분에야 서울 무악동 자택을 나섰고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이나 통의동 총리 후보자 집무실로 직행하지 않았다.

오전 10시쯤 집무실에 나와 총리실 관계자들로부터 의혹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심 무렵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에 연락해 면담 일정을 잡아달라고 요청했으며, 오후 3시 법질서사회안전분과 토론회에 참석하기 전 박 당선인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자의 심경에 변화가 감지되긴 했지만 의혹 해명 준비에 고심하는 정도로 여겨졌다. 법질서사회안전분과 토론회도 위원들끼리 농담을 주고받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했다. 오후 5시40분쯤 인수위 관계자들은 김 후보자가 제공한 떡볶이와 귤을 간식으로 취재진에게 돌렸다. 상자에는 ‘언론인들이 노고가 많으십니다. 인수위원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인수위 측은 사퇴 발표 22분 전 윤창중 대변인의 브리핑이 있을 것이란 알림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오후 7시 윤 대변인이 “김 위원장의 발표문을 말씀드리겠다”고 입을 열자 기자실이 술렁거렸다.

브리핑 예정시간 직전 기자들에게 ‘발표가 부득이하게 잠정 보류됐다’는 문자메시지가 발송되기도 했다. 윤 대변인은 5분 늦게 브리핑을 시작하며 “발표문에 매끄럽지 못한 표현이 있다고 제가 판단해서 김 위원장과 협의하느라 그랬다”고 설명했을 뿐 구체적인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 후보자가 쓴 초안에 언론 불만 부분이 다소 격하게 표현됐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윤 대변인은 “김 위원장은 여러 가지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경우도 많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이 김 후보자를 만나 사퇴 발표문을 작성한 시점은 6시8분이었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사퇴 소식을) 기자회견 직전에야 알았다. (김 후보자가) 인수위원들과 상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오후 7시30분쯤 귀가한 김 후보자는 사퇴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집안으로 들어갔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