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총리 후보 사퇴] ‘청문회 통화 어렵다’ 판단… 朴, 정면돌파 이례적 포기

입력 2013-01-29 15:35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후보자 지명 5일 만에 자진 사퇴하는 불명예를 택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김 후보자를 대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임명한 데 이어 첫 총리로 함께하려 했지만 쏟아지는 의혹 앞에 사의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법치’의 상징이었던 김 후보자의 발목을 잡은 것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부동산과 두 아들의 병역 문제였다.

릐박 당선인, 사퇴 수용 왜=한번 사람을 믿고 발탁하면 반대 여론이 불거져도 일단 믿어주며 정면 돌파하는 게 박 당선인의 평소 인사스타일이다. 이번 결정은 다소 예외적이다. 김 후보자의 사퇴 결심이 워낙 완강한 데다 인사청문회에 가더라도 통과되기 쉽지 않으리란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인수위 관계자는 “김 후보자 문제가 예상보다 커지자 박 당선인도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박 당선인 주변에서는 “당사자인 김 후보자가 직접 해명하면 해소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류가 더 우세했다. 박 당선인도 사의를 표명하는 김 후보자를 처음엔 만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재산 축적 과정부터 가족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여론이 악화됐고 김 후보자 본인이 후보직 유지에 매우 난색을 표해 박 당선인 역시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자를 발탁한 박 당선인의 ‘용인술’은 물론 ‘깜깜이’ ‘나홀로’ 검증 시비까지 번지면서 정치적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특히 전날 새누리당과 인수위 연석회의에서 김 후보자를 접한 당내 인사들의 반응이 호의적이지 않았던 점도 상당부분 작용했다. 새누리당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도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고, 박 당선인도 이런 의견을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더 이상 ‘김용준 끌어안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 악화로 정치적 타격을 더 입기 전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릐총리 후보 지명에서 낙마까지=김 후보자 가족이 1970년대 수도권에 집중 매입했던 부동산은 이후 막대한 시세 차익을 냈다. 가족 명의로 매입한 임야나 밭은 대부분 개발 수혜지였고, 부동산 거래나 보유로 110억원 이상 재산을 불렸다는 의혹(국민일보 29일자 1·5면) 등에 대해 김 후보자 측은 제대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김 후보자 장·차남이 공동 보유한 서울 서초동 주택(현재 시가 50억원), 서울 쌍문동과 경기도 안성시 등지에 보유했던 부동산 구입 경위와 시세 차익에 대한 의혹은 하루가 다르게 불어났다.

장·차남이 군 면제를 받은 것도 매서운 검증 대상이 됐다. 장남 현중씨는 89년 체중미달로, 차남 범중씨도 94년 통풍 때문에 병역 면제등급인 5급을 받았다. 현중씨는 현재 신장이 1m70을 넘고 면제 당시에도 1m69로 알려졌다. 이 키로 병역 면제를 받으려면 몸무게가 45㎏ 미만이어야 한다. 범중씨의 면제 사유인 통풍도 병역 면제에 악용돼온 질병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합리적 보수’로 평가받아온 김 후보자의 과거 판결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 시절인 87년 ‘부산판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 일부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판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헌법재판소장이던 96년 헌재가 5·18특별법 합헌 판결을 할 때 반대 의견을 낸 것도 문제가 됐다.

김나래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