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총리 후보 사퇴] 朴 ‘깜깜이 인사’ ‘나홀로 검증’ 도마에

입력 2013-01-30 01:21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는 철저한 보안주의가 부른 대형 참사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그동안 언론의 잇따른 지적에도 불구하고 ‘깜깜이 인사’ ‘나홀로 검증’으로 일관해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여권에서조차 “공직 후보자 가족의 병역과 탈세, 부동산 투기 여부는 검증의 기본사항인데 당선인 측이 보안에만 집착한 나머지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박 당선인 측은 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청와대에 인사자료조차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당선인 측이 인수위 구성 단계에서는 민정수석실에 인사자료를 요청해 제공했다”며 “총리 후보자 검증 때도 자료 요청이 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전혀 연락이 없어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 측은 총리를 비롯한 내각 인선과정에서 청와대에 자료를 요청할 경우 보안이 지켜지지 않을 것을 우려해 일부러 접촉하지 않았다는 분석이 있다. 대신 당선인 측 이재만 보좌관, 정호성 비서관, 최외출 전 중앙선대위 기획조정특보 등 일부 측근들만이 따로 검증작업을 해왔다고 한다. 충분한 검증을 하기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는 얘기다.

시스템에 의한 인사가 이뤄지지 않고 측근 몇 명만의 도움을 받아 박 당선인이 가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보니 검증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검증은 시스템으로 이뤄져야지 사람에 의해 이뤄지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나친 보안주의도 문제로 꼽힌다. 박 당선인은 언론에 미리 공개될 경우 후보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철저한 보안을 인선 원칙으로 삼았다. 실제로 대선 과정에서 영입 예정 인사가 언론에 공개되는 바람에 실패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수위 활동이 시작된 이후 박 당선인의 이 같은 보안주의가 밀봉 인사로 이어지고, 결국 설익은 검증으로 김 후보자 낙마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좀처럼 바뀌지 않는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이 김 후보자 사퇴를 계기로 변화할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 당선인은 쉽게 바뀌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정말 사고가 크게 터져 도저히 안 바꾸면 안 될 상황이 되기 전까진 앞으로도 안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지금까지의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고 이전보다 더 개방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인사자료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