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부덕의 소치” 결국 낙마
입력 2013-01-29 22:32
두 아들의 병역 면제 및 가족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적격성 논란에 휘말린 김용준(75)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전격 사퇴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김 후보자는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저의 부덕의 소치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누를 끼쳐드려 국무총리 후보자 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지 5일 만이다.
새 정부 초대 총리로 지명된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받기도 전에 자진 사퇴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김 후보자 사퇴로 총리 인선은 원점으로 돌아갔으며 정권 출범 준비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박 당선인은 김 후보자와 협의해 국무위원 인선 등 첫 조각(組閣)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후 박 당선인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사퇴 의사를 피력했다고 윤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변인은 “당선인이 김 후보자 사퇴에 어떻게 반응했느냐”는 질문에 “직접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인수위원장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박 당선인의 결심에 따르기로 했다.
김 후보자는 발표문에서 “언론기관에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다”며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보도라도 상대방의 인격을 최소한 존중하면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기사로 비판하는 풍토가 조성돼 인사청문회가 원래의 입법 취지대로 운영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첫 인사가 실패로 끝나면서 검증 작업에 대한 책임론과 함께 철저한 보안주의에 입각한 불통, 밀봉 인사에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박 당선인의 리더십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법과 원칙, 신뢰로 대표되는 박 당선인의 정치적 자산에 대한 국민적 믿음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은 향후 국정을 운영하는 데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 24일 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나라의 법치와 원칙을 바로세우고, 무너져 내린 사회 안전과 불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갈 적임자”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본격적인 검증으로 두 아들의 병역 면제와 가족의 재산형성 과정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증폭되자 박 당선인도 당혹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은 더 이상 시간을 끌 경우 장관 인선 등에도 영향을 미쳐 정권 출범 자체가 파행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김 후보자의 사퇴를 수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재중 우성규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