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라킨 시전집’ 낸 김정환 시인 “세계 독자들 글까지 참고 5개 언어권 12명 시인 전집 완역에 도전”
입력 2013-01-29 19:53
요즘 시인 김정환(59)은 번역에 몰두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암송하기로 유명한 그는 서울대 영문학과 출신답게 영문 번역이 출중하다. 그런 그가 영미권은 물론 러시아 스페인 그리스 폴란드 시인 등 모두 12명의 ‘세계시인전집’ 완역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12월 1250쪽 분량의 아일랜드 시인 ‘셰이머스 히니 시전집’을 첫 번째로 펴낸 그가 이번엔 국내 최초로 완역한 영국 시인 ‘필립 라킨 시전집’(문학동네)을 들고 나타났다.
“시는 그 나라의 문법과 끊임없이 싸워나가야만 첨단에 서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문법과 관련된 언어 세계이죠. 제가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다른 언어권 시인들의 시집 번역에 나선 것은 결국 시의 문법을 찾게 되면 번역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29일 서울 정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그는 ‘세계시인전집’ 번역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예컨대 우리가 서정주, 이상, 김수영, 백석 등 탁월한 시인을 가진 건 행복한 일이지만 그들에 대한 평가는 개별적으로 구분돼 있어요. 그걸 하나의 작업으로 할 때 진정한 시적 근대가 완성되는데 그런 작업이 우리에겐 부족합니다. 그래서 전집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해요. 그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작업, 즉 근대를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세계시인전집’도 이 같은 발상에서 시작하게 됐지요.”
그가 선정한 시인 12명은 영미권에서 셰이머스 히니와 필립 라킨을 포함해 로버트 프로스트, 실비아 플라스, 윌리엄 스티븐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등 6명과 러시아의 안나 아흐마토바, 폴란드의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 스페인의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와 세사르 바예호, 그리스의 조지 세페리스와 페트루 카바피 등 6명이다.
“제가 택한 텍스트는 모두 영역본이기에, 중역의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을 뒤지면서 해당 언어 원서와의 대조작업을 일일이 하고 있어요. 가끔 해당 언어의 평론가조차 평가를 포기한 난해작품까지 손대게 되는데 이 경우 인터넷에 올린 세계의 독자들의 글들을 참고하기도 합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번역의 중요성을 크게 깨닫고 있지요. 이제 ‘창작에 대한 민족주의’와 함께 ‘번역에 대한 민족주의’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이미 2권을 출간한 데 이어 5명의 시 전집에 대한 번역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다는 그는 “내년 환갑 전까지 나머지 5명의 전집까지 번역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