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정권 특사 충돌] “대통령 권한 넘어선 월권”… 전례없는 격한 반응
입력 2013-01-30 01:07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유례없이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이번 특사가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것은 물론 사법정의에도 어긋난다는 문제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청와대와 정부의 특사 발표 직후 대변인을 통해 두 차례나 유감을 표명했다. 오후 인수위 법질서사회안전 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직접 비판 발언도 내놨다.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의 논평에는 ‘(이번 특사는) 대통령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월권’이란 비판은 다음 달 25일 취임식 전까지 이 나라에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 한 명뿐이라며 이 대통령을 최대한 존중했던 박 당선인 스타일에 비춰볼 때 상당히 강도 높은 표현이다.
현 정권과의 충돌을 감수하면서 법치주의와 공정한 법 집행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밝힌 것이라는 게 주변 인사들의 설명이다. 박 당선인 주변에선 청와대가 ‘개국공신’으로 꼽히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측근들을 대거 포함시킨 점을 용납하기 어려웠으리란 관측이 많다. 당선인 측 인사는 “26일과 28일 두 차례나 임기 말 특사 강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는데도 청와대가 강행했다. 당선인으로선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특사 반대 입장 표명을 청와대와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보는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 확실한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신·구정권 간 충돌을 우려하는 시각과 달리 박 당선인은 관계 악화를 가져올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측근은 “‘특정사안’에 대해 다른 철학과 입장을 갖고 있어 그걸 밝힌 것일 뿐”이라며 “이 대통령과의 관계가 악화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잔여 임기가 한 달 정도 남은 상황에서 대통령 예우는 평소대로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수위 주변에선 박 당선인이 여론을 등에 업고 자연스럽게 이 대통령 및 MB정부와 선긋기를 한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조차 야당에 버금갈 정도로 강도 높은 비판 논평을 냈다. 그만큼 특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이상일 대변인은 “권력형 범죄를 저지르고도 형기를 마치지 않은 대통령 핵심 측근들을 특별사면한 것은 국민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며 “이는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이고, 사법정의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