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정권 특사 충돌] 특사 발표 법무부, 계면쩍은 표정 역력
입력 2013-01-29 19:25
대통령 특별사면을 발표하는 법무부는 계면쩍은 표정이었다. 법무부 이동열 대변인은 29일 특사 발표를 위해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현 정부 출범 후 법무부 장차관이 주요 특사를 발표해온 전례에서 벗어난 것이다. 법무부 측은 이 대변인이 발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피했지만 ‘윗선’이 발표자로 나서는 것을 꺼리자 대변인이 총대를 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법무부는 발표 직전 하얀 종이로 브리핑 현장의 검찰 마크를 가렸다. 이 대변인이 브리핑 단상에 섰을 때 배경이 되는 검찰 마크가 보이지 않도록 하는 조치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가 발표 주체인데 검찰 마크가 나가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사 발표와 직접 관련 없는 검찰 마크가 언론에 나오는 게 그만큼 신경쓰인다는 얘기다.
법원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재경 지법의 부장급 판사는 “확정판결이 나온 지 얼마 안 된 주요 피고인을 사면하는 것은 사법부의 신뢰를 훼손하고, 사회정의 실현을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도권 지법의 한 평판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긴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고, 반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은 직접 언급하기를 자제했지만 탐탁지 않은 분위기였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은 수사기관이고, 사면은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사면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부부장급 검사는 “사면이 정치적으로 남용되는 면이 있다”면서 “역대 대통령들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측근에 대해 계속 사면을 단행해 왔다”고 꼬집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