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알화 폭락 이란, 한국 기업에 결제 거부 사태

입력 2013-01-29 22:31

이란에 수출을 하는 국내 중소기업 100곳이 ‘환율 쇼크’로 3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고 있다. 이란 화폐인 리알화의 가치 하락과 원화 가치 절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단기간에 물품대금이 치솟자 이란 측이 자금결제를 거부하고 있다.

이란이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우리 수출기업은 이란중앙은행이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에 개설한 원화계좌를 통해 무역대금을 주고받고 있다. 계좌 소유주가 결제를 거부하면 속수무책인 상황으로 우리 기업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 페인트 원료를 수출하는 엔텍폴리머 권성재 대표는 29일 “지난해 9월 수출한 물품 대금 6000여만원을 아직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란 측 수입업체는 당시 구입금액을 이란의 파사가드(Pasargad) 은행에 예치했다. 하지만 물건이 이란에 도착한 이후 이란중앙은행에 대금을 송금해야 할 파사가드 은행은 지금까지 결제를 거부하고 있다. 계약 후 물건이 도착하는 사이에 리알화 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리알화는 지난해 초까지 1달러에 1만2000리알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9월 이후 추락을 거듭해 현재는 1달러에 3만5000리알까지 떨어졌다.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파사가드 은행으로서는 계약 당시 결제 금액보다 3배 이상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할 형편이다.

파사가드 은행은 이란 업체에 “돈을 더 입금하라”고 억지를 부리며 우리 업체에 줄 돈을 미루고 있다. 신용장이 개설되면 은행은 무조건 대금 지급 의무를 지게 되지만 이를 무시하고 있다.

피해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란에 수출하는 국내기업은 모두 3000여곳이다. 지난해 대(對)이란 수출액은 63억 달러다. 우리 정부는 무역협회와 함께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피해기업이 100여곳에 이르고, 피해액도 300억원을 넘는다고 추산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경제 제재를 받는 이란의 특성상 해결이 쉽지 않아 정부와 함께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강준구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