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성화 최종 점화자 황석일씨, 스노보드·인라인 수준급… 장애딛고 강사로도 활동

입력 2013-01-29 22:30


29일 강원도 평창 용평돔에서 열린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개막식. 그리스 아테네에서 채화돼 전국 2500㎞를 돌아온 성화가 오후 8시3분 용평돔에 입장하자 객석에선 환호가 터져 나왔다. 성화는 무대 위 각국 선수들의 손에 손을 거치며 경기장을 한바퀴 훑고는 황석일(24)씨에게 전달됐다. 황씨의 손을 통해 성화대에 불이 타오르면서 8일간 펼쳐질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의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이번 올림픽의 최종 점화자로 선정된 지적장애인 황씨는 이번 대회 스노보드 종목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 선수다. 황씨는 2009년 아이다호 동계 대회에 출전해 스노보딩 상급에서 금 2, 은 1개를 획득했고 2011년 아테네 대회 때는 바다 수영 종목에 출전해 완주한 전력이 있다. 이번 동계 대회를 통해 3번째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황씨는 스노보드와 바다 수영 선수 외에 인라인 스케이트 실력도 수준급이다. 그는 2005년엔 청주∼원주∼포항∼청주로 이어진 ‘인라인 국토대장정’에 도전해 전국 920㎞를 완주하고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운동 시작 전에 보였던 전형적인 자폐 증상도 운동을 하면서 많이 회복됐다. 운동으로 집중력과 자신감이 향상된 그는 다양한 종목에 도전하게 됐고 만능 스포츠맨인 현재의 모습으로 거듭나게 됐다.

황씨는 이러한 실력을 바탕으로 충청북도 청주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인라인스케이트 보조 교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황씨의 어머니 김정희(52)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석일이에게는 인라인스케이트 지도자선발 시험에서 실기보다 필기시험을 통과가 더 어려웠다”며 “졸린 눈을 비벼 가며 기어이 필기시험을 통과했을 때 정말 기특했다”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또 “일을 하면서 도전 의식도 생기고 활기를 찾는 석일이를 보면 여느 아들 부럽지 않게 뿌듯하다”며 웃었다.

황씨는 “어제 최종 성화 점화자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그다지 떨리지는 않았다”고 담대하게 말했다. 또 “경기는 해봐야 아는 것이지만 최선을 다해 스페셜올림픽 정신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3번째 올림픽에 도전하는 포부를 밝혔다.

스페셜올림픽 개최국은 최종 성화 점화자를 고를 권한을 갖는다.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SOK)의 한 관계자는 “황석일은 국내 선수 중에서 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올린 경험이 있는데다 ‘선수 리더십 프로그램’을 수료해 많은 사람 앞에서도 떨지 않는 성격이라 최종 점화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평창=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