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낙관론 일갈하듯 적신호 켜졌다… 환율 탓 기업 실적 줄줄이 하락
입력 2013-01-29 18:32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인다는 일부 낙관론에 적신호가 켜졌다. 환율이 복병으로 작용하며 상장기업 실적이 줄줄이 추락하고 경기심리도 악화되고 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국제금융센터는 골드만삭스,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유나이티드오버시스뱅크 등이 지난 23일부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0.5% 포인트 낮춰 잡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특히 유나이티드오버시스뱅크는 우리나라가 수출·투자에서 동시에 약세를 보이며 상반기 성장률은 2.0%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IB들의 전망처럼 국내 증권사들도 올해 1분기 상장기업들의 예상 실적을 점점 내려잡는 추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Spectrum)가 최근 집계한 12월 결산법인 113곳의 실적 전망치는 1개월 전에 비해 영업이익은 1.17%, 순이익은 1.43% 하향 조정됐다.
‘엔저(円低)’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업계가 먼저 재평가됐다.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말에는 2조3384억원이었지만 현재 11.3% 깎인 2조745억원이다. 기아차의 전망치도 같은 기간 9.4% 내려앉았다.
금융투자업계는 수출기업들의 부담인 원화 강세(환율 하락) 기조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연초의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교보증권은 ‘계사년은 봄이 없다’는 보고서를 펴내고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약화, 부동산 시장 침체 지속에 따른 내수 위축 등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의 이상 급등과 딴판으로 11.0원 급락, 1082.5원에 마감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를 부양하려는 새 정부는 큰 폭의 원화 약세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환율의 추가 하락을 예상했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심리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매출 600대 기업이 전망한 다음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86.7로 9개월 연속 100 미만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제조업체의 이달 BSI도 70에 머물렀다. 경기를 낙관하는 기업이 많으면 BSI는 100 이상으로, 반대일 때는 100 미만으로 나타난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존의 악재 외에 일본 아베노믹스 여파가 추가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