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란 교역 현실 어떻길래… 이란 원유 수출 막혀 리알화 폭락→ 한국 업체 타격

입력 2013-01-29 18:32


이란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는 가장 큰 이유는 이란 통화인 리알화 가치의 추락, 원화 가치의 절상에 있다. 이란은 3중 환율 제도를 운용한다. 이란 중앙은행이 정하는 고시환율, 원자재·필수품의 수입·수출에 쓰이는 무역환율(1달러에 1만5000리알로 고정한 환율),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장환율이 있다.

문제는 시장환율에서 불거졌다. 일반 무역거래에서는 통상 시장환율을 적용하는데 최근 미국 등 서방국가의 경제 제재가 심해지면서 달러가 귀해진 것이다. 특히 원유수출이 막히면서 달러를 이란 내로 들여올 통로가 막혀 달러·리알 환율은 급등(달러화 가치 폭등, 리알화 가치 폭락)을 거듭했다.

이란 외환시장에서 달러·리알 환율은 지난해 초 달러당 1만2000리알 수준에서 지난해 10월 초 3만7500리알로 3배 가까이 뛰었다. 이란 정부가 개입하면서 다소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달러당 3만5000리알 수준이다. 무역업계에서는 올해 달러·리알 환율이 5만 리알까지 폭등할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에다 우리나라와 이란의 특수한 무역결제 방식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2010년 이란 경제 제재가 시작되자 우리나라는 이란 중앙은행이 우리은행 및 IBK기업은행에 원화계좌를 개설하도록 했다. 금융제재로 한·이란의 달러화 송금 통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양국 기업의 무역결제는 이 원화계좌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우리가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고 지불하는 돈은 원화로 이 계좌에 들어간다. 이란이 우리 상품을 수입하고 내는 돈도 이란 시중은행을 거쳐 원화로 바꿔진 뒤 이 계좌에 들어간다.

이런 구조 때문에 최근 원화 가치 상승은 이란 측에 ‘설상가상’이다. 지난해 초 1161.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29일 1084.50원으로 내려앉았다. 리알화 가치는 3배 가까이 추락하고 원화 가치는 오르면서 이란 입장에서는 원화로 결제해야 할 돈이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환율과 경제 제재가 얽히면서 터진 무역결제 문제는 해법을 찾기 힘든 상태다. 이란에서 대금을 보내지 않고 버티고 있지만 우리 기업은 이란 중앙은행의 결제 승인이 날 때까지 계좌(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원화 계좌)에서 돈을 찾을 수 없다.

손해배상 등도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무역대금을 결제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청구를 해 지연이자와 손해배상 소요비용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란은 경제 제재를 받는 특수상황에 있다. 막무가내로 소송 결과 등을 무시하면 별다른 수단이 없다. 우리 정부가 법정싸움으로 끌고 간다고 하더라도 이란 법원이 우리에게 유리한 판단을 내린다는 보장도 없다.

이에 따라 무역업계에서는 ‘이란 수출길’이 완전히 막힌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수출업체 대표는 “두바이나 다른 나라를 거쳐 결제를 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리알화 가치가 계속 추락할 것 같아 앞으로 이란과 거래를 지속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진삼열 강준구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