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사업장 불산 누출 사고… “사망자 방제복 입었다” 말바꾼 삼성
입력 2013-01-30 01:49
사상자 5명을 낸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사고에 대해 경찰과 관련 당국이 합동감식에 나서는 등 사고경위 조사가 본격화됐다.
경찰은 화성동부서와 경기경찰청 형사과 소속 20명으로 수사전담반을 꾸려 29일 0시부터 6시간 동안 조사를 벌였다. 화성사업장 협력업체 STI서비스 대표와 안전관리책임자, 인사담당자 등 3명을 불러 기초조사를 한 뒤 오후에 2차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현장 처리에 급급했고 경황이 없어 신고를 하지 못했지만 작업은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불산 보관·작업 일지, 사고 현장 내부 CCTV 등을 확보해 불산 탱크와 배관의 유지 관리 및 위·수탁 관계 등을 분석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 소방서, 경찰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은 오전 10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현장 감식을 벌였다. 합동감식반은 생산 11라인의 화학물질을 공급하는 CCSS(Central Chemical Supply System·중앙화학물질공급시스템) 건물 1층에서 불산 보관 여부와 배관 노후 상태 등을 확인했다.
한강유역환경청도 오전 11시55분 화학물질 중앙 공급시설에서 누출된 불산희석액 농도를 측정한 결과, 사고지점에서 2.5m 떨어진 곳에서 불산 0.2ppm이, 누출부위 1m 이내 지점에서는 0.6ppm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한강유역환경청 최형윤 주무관은 “불산 0.6ppm은 불산 작업장 허용노출기준인 0.5ppm을 초과한 것”이라며 “시간가중평균노출시간(TWA)은 1일 8시간 작업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장 인근 초등학교는 이번 누출사고로 인해 개학 일정을 하루 연기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숨진 작업자 박명석(34)씨의 방제복 착용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박씨 유족들의 항의로 이날 “박씨가 사고 후반부엔 방제복을 입었다”며 전날 ‘박씨가 마스크만 착용했다’는 발표를 번복했다. 유족들은 그래도 믿을 수 없다며 국립과학수사원에 사실 규명을 위한 박씨 시신의 부검을 의뢰했다.
불산 유출량도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3ℓ(50% 희석 용액)로 추정된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유출량을 약 2∼10ℓ, 환경부는 약 10ℓ로 각각 추정했다.
불산배관 밸브교체 작업 도중 불산가스에 노출됐던 작업자 4명은 정밀검사와 치료를 위해 서울 영등포2동 한강성심병원에 재입원한 상태다. 이들 중 1명은 얼굴과 발 등에 전신 2도(1∼10%) 화상을 입었고, 서모(56)씨 등 2명은 이보다 가벼운 화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