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민주주의 위한 희생 경의” 수치 “타지역 평화 이바지 기대”… 朴 당선인-수치 여사 첫 만남
입력 2013-01-29 23:14
박근혜(61) 대통령 당선인과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치(68) 여사가 29일 처음 만났다. ‘2013 평창 스페셜올림픽 세계대회’ 개막식에 초청돼 전날 한국에 도착한 수치 여사는 박 당선인을 만나기 위해 이날 오후 서울 통의동 집무실을 찾았다. 박 당선인은 수치 여사와 대화하며 군사정권이 바꾼 공식 국호 ‘미얀마’ 대신 옛 이름인 ‘버마’를 사용했다.
박 당선인이 “한국 방문이 처음일 텐데 겨울 날씨가 춥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인사를 건네자 수치 여사는 “차에서 내려 출입문까지 걷는 동안 말고는 대부분 차 안에 있어서 괜찮았다”고 웃으며 답했다. 박 당선인은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의 지난해 4월 보궐선거 압승과 그의 하원의원 당선을 축하하며 “버마의 민주화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대통령의 딸이고, 수치 여사는 미얀마 독립운동가 아웅산 장군의 딸이다.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상황 때문에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다. 박 당선인은 아버지를 잃은 뒤 청와대를 떠나 18년 동안 은둔생활을 했다. 수치 여사는 군사정권에 의해 21년간 가택연금 상태로 지냈다. 박 당선인은 환담 내내 친근감을 자주 표시했다.
박 당선인은 “개인의 행복을 포기하고 국민을 가족 삼아 사는 인생이 어떤 건지 잘 알고 있다. (수치) 여사님께서 오랜 세월 조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을 감내하면서 헌신한 것에 경의를 표한다”며 “한국과 버마는 물론 더 자유롭고 행복한 아시아와 세계를 만들기 위해 함께 힘을 합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또 “버마 민선정부 출범 후 여사님 생신 때 영국 대사관에서 개설한 사이트에 축하 편지를 올렸는데 보셨는지 모르겠다”며 웃으며 물었다. 수치 여사는 “당시 (가택연금 중이어서) 인터넷을 할 수 없었지만 전해들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박 당선인은 올해부터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제적 이슈에서 한국과 버마가 협력하길 바란다”고 했고, 수치 여사는 “미얀마의 민주화 진전이 다른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도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환담은 1시간가량 이어졌다.
앞서 수치 여사는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했다. 지난해 5월 이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이 대통령은 “수치 여사께서 교육에 관심이 많아 미얀마의 미래가 밝다”고 했고, 수치 여사는 “한국에 미얀마 기술 노동자들이 더 많이 진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