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에서 상생으로] (상) 금융권 ‘키다리 아저씨’ 탈바꿈
입력 2013-01-29 21:44
“서민에 ‘금융 우산’ 씌워주자”… 은행들이 착해졌다
강자에게는 약하되 약자에게는 한없이 엄격했던 은행들이 최근 변화를 꾀하고 있다.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금융회사들이 금융약자와 ‘동반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탐욕에서 상생으로 ‘금융 패러다임’이 이동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서민금융 확대, 중소기업 지원 강화, 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금융 약자를 보호하고, 중소기업과 중산층 등 경제의 ‘허리’를 떠받들며, 사회공헌활동으로 사회의 동반성장을 꾀하는 금융회사의 새로운 모습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비’ 오는데 ‘우산’ 뺏기로 악명 높은 은행권이 ‘키다리 아저씨’로 변신하고 있다. 오로지 눈앞의 이익만 바라보던 ‘탐욕’을 벗어버리고 금융 약자를 돌봐주는 ‘우산’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은행권은 재기를 꿈꾸는 서민을 위한 각종 서민금융을 올해 더욱 확대하고 나섰다.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하우스푸어’ 대책과 함께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방안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서민에게 ‘우산’을 씌워주다=금융권 최초로 서민금융 상담창구를 신설했던 KB금융그룹은 ‘상생’을 모토로 전 계열사가 서민지원에 나서고 있다. 핵심에는 KB국민은행이 있다. 국민은행은 2010년부터 저소득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10%대 신용대출상품인 ‘KB새희망홀씨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이 상품의 대출자 가운데 저신용자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92.3%로 은행권 평균(74.0%)보다 20% 포인트 이상 높다. 지난해 7월에는 긴급생활안정자금을 지원하는 ‘KB행복드림론 Ⅱ’도 출시했다.
‘따뜻한 금융’을 선언한 신한금융그룹도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서민금융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새희망홀씨대출을 받은 고객이 상해 또는 사망 시 남은 대출금을 전액 면제해주는 보험서비스를 내놓았다. 저소득층의 질병 또는 사고 발생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한 파격적인 서비스다. 보험료도 전액 은행이 부담한다.
하나금융그룹은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해 지주사 임원을 소비자권익보호 최고담당자로 임명했다. 하나은행의 3개 지점과 외환은행의 6개 지점에 서민전용 창구도 열었다. 연 10%대 금리의 소액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한편 새희망홀씨대출·바꿔드림론의 최고금리를 2% 포인트 내렸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서울 대조동 불광역지점 내에 서민을 위한 프라이빗뱅킹(PB) 점포를 개설했다. PB는 부자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이 점포에서는 서민을 위한 맞춤형 상품 안내를 전담하고 있다.
◇가계부채 해결의 첨병으로=은행들은 우리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인 가계부채 문제를 풀 각종 대책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우스푸어 대책에서는 우리금융그룹이 앞장섰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하우스푸어를 위한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Trust&Lease back·신탁 후 임대)’ 상품을 내놓았다. 집을 은행에 신탁하고 연 4.15%의 임대료를 내도록 하는 이 상품은 정권교체기와 맞물리며 최근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마련되는 가계부채 대책에 맞춰 이 상품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대출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 장기분할상환전환제도’ ‘채무조정프로그램’ ‘분할상환대출의 대출기간연장제도’ 등 다양한 자체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제도를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도 자체 프리워크아웃제도인 ‘SHB 가계부채 힐링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택부문과 개인신용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차주별 상환능력을 고려한 맞춤형 채무조정 제도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