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니제르에 군사기지 추진… 테러전쟁 무대 북아프리카로 이동 신호

입력 2013-01-29 21:45


미국이 북아프리카의 분쟁 지역인 말리 접경 니제르에 새로운 군사기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 보도했다. 테러와의 전쟁이 아프리카로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시사전문지 애틀랜틱와이어는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서부 사하라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북아프리카알카에다(AQIM) 등 테러조직의 동향을 감시하고 말리와 프랑스의 군사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니제르에 무인 비행체(드론) 발진 기지를 설치하는 방안을 백악관과 니제르 정부에 타진하고 있다.

현재 미군 아프리카사령부의 공식 기지는 북동부의 지부티에 있는 캠프 르모니에뿐이다. 지부티 기지는 소말리아 반군과 수단, 아라비아반도의 예멘 등을 드론으로 정찰하고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를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말리 인근 부르키나파소와 모리타니에도 비밀 정찰 기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11일 프랑스의 군사 개입으로 말리 사태가 확산되면서 미군은 아프리카 북서부에 새로운 기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니제르 정부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28일 미국과 니제르가 체결한 군사 협정에는 두 나라가 새로운 드론 기지를 건설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니제르의 마하마도 이소포 대통령은 “미국과 장기적인 전략적 관계를 확립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군 아프리카사령부 지휘관 카터 햄 장군도 이달 니제르를 방문해 군사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기지가 건설될 경우 300명의 미군이 주둔할 수 있는 규모가 될 것이며, 향후 공격용 드론과 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애틀랜틱와이어는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의 사례에서 보듯이 일단 미군 기지가 설치되면 쉽게 철수할 수 없고 갈수록 규모가 커질 것”이라며 “니제르의 미군기지 설치는 테러와의 전쟁 무대가 중동에서 북아프리카로 옮아가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그러나 새로운 미군기지가 이 지역에 반미 정서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