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인권의 나라’ 맞아?… 러시아 반체제 운동가 망명 거절당하자 자살
입력 2013-01-29 18:05
러시아 출신 반체제 운동가 알렉산드르 돌마토프는 지난해 6월 ‘인권의 나라’ 네덜란드에 망명을 신청했다. 그는 “안전한 나라에 있어 행복합니다”고 밝혔다. 돌마토프의 행복은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네덜란드 법원으로부터 망명을 거절당한 그는 로테르담의 불법난민 구금센터에서 이달 초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은 돌마토프의 어머니가 보낸 사적인 편지에 답장하며 그의 죽음을 위로했다. “그의 죽음은 큰 비극이며 자살 원인에 대한 당국의 수사를 약속한다”는 내용이었다.
돌마토프는 지난해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폭력 행사에 가담한 혐의로 수배자가 됐다. 로켓을 제작하는 방위산업체에서 설계사로 일했던 돌마토프는 좌파민족주의 성향의 재야정당 ‘다른 러시아’ 당원으로 활동하며 2010년부터 반정부 시위에 참가해 왔다.
수배자 신분이 된 그는 다음달 네덜란드로 망명을 신청했다. 그는 신청 사유로 “러시아 정보 요원들이 협박을 했으며 집 근처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전화를 도청했다”고 밝혔다. 이후 망명 신청이 거절되자 두 차례 목숨을 끊으려 시도했다. 현지 인권변호사는 “돌마토프가 망명 불허 소식을 듣고 절망한 끝에 세 번째 자살 시도에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네덜란드의 망명 허가율은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40%를 넘는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우파 성향의 정치인들이 이슬람 국가와 동유럽에서 온 이민자들에게 적대적 반응을 보이면서 망명 절차는 점차 까다로워졌다고 FT는 전했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