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런 공무원이… “가습기 구입 산하기관에 시키든지”

입력 2013-01-29 22:23

점심시간대인 29일 낮 12시35분쯤 금융위원회 A국장은 자신과 친한 동료 후배 등 12명에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단체로 보냈다. 문자를 보낸 대상자는 위원장 비서관을 비롯해 자산운용과 금융정책, 산업금융, 인사 등 금융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서의 실무자들이다.

A국장은 독감 때문에 집에서 쉬면서 고생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지난주부터 출근해서 느낀 건데 우리 사무실 공기가 너∼무 탁하고 너∼무 건조합니다. (중략) 가습기를 더 많이 사야 할 듯. B팀장이 예산으로 가습기를 더 사주든가 아니면 산하기관에 시키든가 알아서 해야 할 듯”이라고 문자를 날렸다 그는 또 금융위 바로 옆에 위치한 고급 헬스센터를 예산지원을 통해 이용할 수 없는지를 B팀장에게 물었다. 가격도 미리 알아본 듯했다.

“○○센터 헬스장을 단체 할인받아 이용하는 것은 어떤지? 원래 160인가 180인가 한다는데 단체면 좀 싸게 가능한지 네고(협상)해볼게. 그리고 예산으로 일부를 지원할 수 없나? 직원들 체력단련인데.”

○○헬스장은 회원제로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회원을 모집하고 가입비 20만원에 월 22만원을 받는 헬스클럽이다. 1년 회비는 198만8000원으로 주로 외국계 은행이나 국내 은행지점 직원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팀장은 A국장에게 헬스장 예산지원에는 난색을 표하면서도 가습기는 빨리 조치하겠다고 대답했다. 금융위가 관리하는 산하기관은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한국정책금융공사 등 재정규모가 큰 10곳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사무실을 여의도에서 광화문 프레스센터로 옮기면서 금융행정 역량 및 효율성 강화를 이유로 들었다.

A국장은 이날 오후 국민일보에 처음에는 문자를 보낸 사실을 부인하다 “산하기관에 가습기를 떠넘기려는 것이 아니었으며 헬스장에 예산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카드 등을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