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AS는 ‘下品’… ‘지퍼 20만원’ 수선비 비싸고 모르쇠 일관

입력 2013-01-29 18:04


서울 상도동에 사는 정모(28·여)씨는 구입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150만원대의 명품가방의 지퍼가 고장나 지난달 23일 가방을 구입한 백화점 매장을 다시 찾아 수선을 요구했다. 그러자 매장 점원은 수선비로 20만원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점원은 “고객의 부주의로 제품이 망가진 데다 업체 자체 애프터서비스 시스템이 없어 우리도 명품 수선 업체에 제품을 맡기고 있다”며 “더 빠르게 수선하려면 직접 수선집을 찾아가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구입할 때는 ‘손님’ ‘고객님’ 하면서 최고의 서비스를 해주는 것처럼 하더니 막상 문제가 생기니 뒷짐을 져 황당했다”고 말했다.

수백만원을 넘는 해외 명품의 애프터서비스가 엉망이어서 고객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합당한 대우를 예상하고 비싼 가격에 명품을 구입했지만, 구입 후에는 수선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배짱 영업 때문이다.

한 명품업체 관계자는 “본사에서 접수를 받을 수는 있지만 해외에서 고쳐올 경우 길게는 몇 달씩 시간이 걸리고, 국내 자체 애프터서비스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사설 수선집으로 고객들을 유도하는 편이 고객 입장에서도 낫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명품을 산 고객들이 문제가 생기면 사설 수선집을 직접 찾아 자체 애프터서비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역별로 솜씨 좋고 유명한 명품 수선집은 인터넷에 리스트까지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유명한 서울의 한 명품 수선집의 경우 가방 바닥에 작은 징 하나를 박으려 해도 3만∼4만원이 드는 등 부르는 게 값이다. 손잡이를 수선하려면 제품에 따라 수선비가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한 소비자는 “가방 내피 가죽 전체를 교체하려 했더니 수선집에서 100만원이 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수선에만 가방 한 개 값이 더 들어가 새로 사는 게 낫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명품 수선이 비싼 게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서울 청담동의 한 명품 수선집 관계자는 “얼룩진 가죽 가방을 새로 염색하려면 20만∼30만원을 지불해야 가능하다”며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 우리도 손품이 더 많이 드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