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근미] SNS 원시인을 탈피하자

입력 2013-01-29 17:57


요즘은 웬만하면 ‘대표’에 ‘저자’라는 스펙을 가졌다. 좀더 들여다보면 종업원도 사무실도 없는 ‘나홀로 대표’인 경우가 많지만 김 대표도 이 대표도 책에 사인을 척척 해주며 당당하기만 하다.

예전에는 등단한 작가나 인정할 만한 전문가, 저명한 인사 등이 책을 냈다면 이제는 ‘마음먹는 사람’이 책을 내는 시대가 되었다. 양질의 인터넷 환경과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 변화무쌍한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풍속도다.

어린 나이에 암을 이겨냈거나, 노숙자에서 재기했거나, 비행청소년에서 새로운 꿈을 꾼다는 등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내 곧바로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예가 많다. 이른바 신흥 저자들은 책을 내면 홍보도 맹렬하다.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팟캐스트 등을 통해 자신을 알리다가 지상파 방송에 초청되고, 전국을 누비는 강연자로 나서기도 한다.

등단한 뒤 신중하게 출간을 해온 지인들은 새로운 바람 앞에서 뜨악한 표정들이다. 기자와 인터뷰하는 일조차 쑥스러워하는 작가들이지만 그렇다고 신흥 저자들의 행보를 외면할 수만도 없는 형편이다.

10여권의 책을 낸 지인이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려야 책이 팔린단다. 그래서 페이스북 코칭을 받아 열심히 알리고 있다”며 나에게 SNS 비즈니스 코치를 소개해주었다.

개인 홈페이지에 쓴 글을 모아두고, 페이스북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 뒤처지는 건 아니라고 자부했는데 코치를 만나니 나는 SNS 원시인 수준이었다. 페이스북을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으로 나눠 운영하고, 블로그와 트위터를 개설하여 무한대로 뻗어가야 한다는 가르침 앞에서 한숨만 나왔다.

페이스북 친구가 많아져서 일부러 신청을 안 받거나, 중간 중간 친구 숫자를 줄이거나, 시간 뺏기고 골치 아파서 탈퇴를 고려하거나, 초반에 좀 반짝하다가 사라져 버린 작가들이 있다고 하자 코치는 “책이 안 팔린다고 아우성이면서 책 팔 궁리들은 왜 안 하나. 작품으로 다 드러내면서 뭘 숨기려고 하냐”며 퉁바리를 줬다. 그러면서 “쪽을 팔아야 책이 팔린다”고 충고하면서 그 사실을 작가들만 모르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적극적으로 뛰어들자니 민망하고 책은 팔렸으면 좋겠고, 이런 게 진퇴양난에 낭패불감이라는 걸까? 어쨌거나 책이 안 나간다고 한숨만 쉴 게 아니라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열심히 달리는 신예 저자들을 신기하게만 생각할 때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이근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