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車 온다! 뛰지말고 조심해… 어린이 교통사고 81% 길 뛰어 건너다
입력 2013-01-29 21:55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김민석(가명·7)군은 2010년 5월 집 근처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김군은 달리기 실력을 뽐내려는 듯 빠른 속도로 횡단보도로 뛰어들어갔다. 때마침 우회전하려던 승용차 운전자 K씨는 김군의 갑작스러운 진입을 보지 못했다.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지만 슬쩍 지나가면 괜찮겠다고 생각한 K씨는 제 속도대로 횡단보도에 진입했고, 결국 김군과 부딪혔다. K씨의 차량용 블랙박스에 찍힌 장면이다. 김군은 전치 4주의 부상을 입고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차량용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분석해 ‘보행자 교통사고 특성 분석 및 정책방안’ 보고서를 29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행자 교통사고 피해자 중 어린이 피해자의 81%는 횡단보도 등에서 뛰다가 발생했다. 성인 피해자의 60%는 걷다가 사고를 당했다. 보고서는 2010년 인천 택시공제조합에서 수집한 차량용 블랙박스에 찍힌 보행자 사고 253개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교통사고를 당한 어린이 보행자의 70%, 성인 보행자의 43%는 보행자 법규 위반과 관련이 있었다. 교통법규를 위반한 어린이의 교통사고 중 무단횡단이 76%를 차지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통법규 교육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어린이와 성인 모두 운전자의 신호위반과 전방주시 태만이 각각 사고 원인 1, 2위를 차지했다. 운전자가 갑자기 진입하는 보행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 발생하는 사고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때 보행자의 시선 방향은 어린이와 성인 사고 모두 사고차량이 아닌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좌우를 살피지 않고 휴대전화를 보면서 길을 걷거나 앞만 보고 가다가는 사고당할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야간에 가로등이 없거나 폭우, 폭설 등 기상조건 악화로 운전자가 전방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 주정차 차량 사이에서 보행자가 튀어나올 때 발생하는 교통사고도 많았다. 성인 보행자 사고는 야간에 전방이 잘 보이지 않을 때 가장 많았다. 반면 어린이 보행자 사고는 주정차 차량 사이에서 어린이가 뛰어나오는 경우와 운전자 사각지역에서 갑자기 들어오는 경우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한편 사고발생 시간대는 어린이 보행자 사고의 경우 70%가 주간에 집중됐고, 성인 보행자 사고는 65%가 야간에 발생했다. 특히 오후 12시 이후 하교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해 등교시간뿐 아니라 하교시간에도 적극적인 교통지도 활동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한 이지선 연구원은 “어린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교통법규에 대한 총체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도로의 경우 굴곡도를 키우고 과속방지턱을 많이 만들어 속도를 낮출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행자와 차량이 함께 다니는 편도 1차로 도로는 제한속도를 시속 20㎞로 낮춰야 대형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