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용준 총리 후보 중도 하차 전화위복 계기로 삼아야
입력 2013-01-30 01:33
고위공직 인사 검증 철저히 하고 국민과 소통폭 넓히는 정치 펴기를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29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 24일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뒤 두 아들 병역 면제와 부동산 문제 등으로 논란이 거듭된 지 불과 5일 만이다. 새 정부 초대 총리 후보자가 청문회도 거치지 않고 자진 사퇴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김 후보자는 윤창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을 통해 “저의 부덕의 소치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리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누를 끼쳐드려 국무총리 후보자 직을 사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의 장남은 1989년 10월 체중미달로 면제를 받았고, 차남도 94년 7월 통풍 때문에 병역 면제등급인 5급을 받았다. 이를 두고 병역 면제가 가능한 사안인지, 김 후보자가 병역 면제에 관여했는지가 논란을 빚었다. 김 후보자가 10여 군데 부동산을 소유했던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두 아들 소유로 된 서울 서초동 대지에 대해 김 후보자는 모친이 손자들을 위해 사들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증여세 납부 여부가 논란이 됐다. 김 후보자 부부가 수도권의 여러 필지 땅을 사들인 것을 놓고도 70년대 중반 이후 우리 사회에 일었던 부동산 투기 열풍에 편승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김 후보자의 재조시절 판결도 논란이 됐다.
김 후보자의 낙마로 박 당선인은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새 정부 출범 일정에 맞춰 새로운 총리 후보자를 지명해야 하고 조각 절차도 밟아야 한다. 김 후보자가 맡고 있던 인수위원장도 교체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큰 타격은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상처를 받은 점이다.
김 후보자는 장애인으로서 자수성가해 소수자 목소리를 대변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고 법조계 재직 기간에 대한 평가도 좋아 국민들의 충격이 더욱 크다. 김 후보자의 낙마를 두고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인물이 대한민국 사회에 얼마나 있을 것인가라는 개탄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한 단계 성숙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상처는 쓰리지만 이번 낙마 사태를 국민이 보내는 매서운 채찍으로 받아들여 겸허한 자세로 새롭게 출발하는 게 국민들의 여망에 부응하는 길이다.
박 당선인은 먼저 ‘불통 인사’ ‘소통 부재’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 당선인이 실질적 권한을 장악한 이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인수위 인사의 문제가 논란을 빚었고 새 정부 개편안과 관련한 소통 부족도 문제가 됐다. 연고를 기반으로 한 인물 뽑기라는 논란에서는 벗어났지만 지나친 보안으로 인한 검증 소홀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박 당선인은 차제에 소통 부재 논란을 빚고 있는 현안들을 정리하고 겸허한 자세로 다시 출발하기를 바란다.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 당선자 가운데 이례적으로 낮은 점은 엄중히 돌아보고 인사검증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국민과의 소통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차기 정부에 기대할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