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류 기업 삼성의 후진적 불산 누출사고

입력 2013-01-29 21:23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에서 불산 누출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또 일어났다. 지난해 9월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 누출사고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 4개월 새 유독물질 누출사고가 4건이나 터졌다. 말로만 안전제일을 외쳐왔을 뿐 산업현장의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삼성전자 화성공장 사고도 안일함이 빚은 인재(人災)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유독물질을 취급하는 작업자들은 방제복과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돼 있는데도 협력업체 직원은 처음에 방제복을 입지 않고 마스크만 쓴 채 불산 저장탱크 배관의 낡은 부품 교체작업을 하다 참사를 당했다.

불산 누출사고 이후 25시간이나 숨기다가 작업자가 숨진 뒤에야 당국에 신고한 삼성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세계 일류기업 삼성에서 부품 관리를 제대로 못해 불산 누출사고를 낸 것도 한심한데 삼성은 27일 불산 누출을 처음 확인하고도 비닐봉지를 씌워놓은 채 10시간이나 그냥 조업했다. 28일 오전 2차로 불산이 누출됐을 때도 신고하지 않았고 직원들을 대피시키지도 않았다.

현행법에는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로 사람의 건강 또는 환경에 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관할 지방자치단체 등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화성공장에는 근로자 1만2000명이 일하고 있고, 인근에는 동탄 신도시를 비롯한 아파트가 밀집해 있었지만 직원이나 주민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

삼성 측은 “내부에서 처리가능한 단순유출로 판단했다”고 했지만 순간의 방심이 대형 참사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안일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삼성은 소비자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지 못하면 일류 기업이 추락하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삼성은 환경부가 지정하는 녹색기업이어서 지방자치단체의 유독물질 지도점검도 받아오지 않았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자체의 관할 사업장 관리감독 허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