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화해중재원’ 조정·중재 건수 6건 불과… 인식 재정립 절실
입력 2013-01-29 21:16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이사장 피영민 목사)이 설립 5주년을 맞이했다. 한국교회의 공식적인 분쟁해결기관으로 꼽히는 화해중재원은 지난해 법원연계조정 기관으로 선정되면서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지만 교계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기독교화해중재원의 현황과 과제를 짚어봤다.
◇“분쟁 교회들, 상담은 OK, 화해는 NO”=국민일보가 29일 화해중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도·유형별 중재원 상담건수’ 자료(그래프 참조)를 분석한 결과, 최근 4년간 상담건수는 총 356건으로 연평균 89건이었다. 분쟁을 겪고 있는 교회나 개인이 대략 나흘에 한 번꼴로 중재원을 찾은 셈이다.
유형별로는 목회 세습이나 교회재산 문제 등 교회 분쟁이 44.9%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성도 사이의 채권채무 등 개인분쟁(36.8%)과 가정문제(12.4%), 기타(5.9%)가 뒤를 이었다. 연도별로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각각 101건, 73건, 81건, 101건으로 소폭 감소 후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문제는 중재원의 주력 업무인 조정·화해 및 중재 건수가 지난 4년간 조정 2건, 중재 4건 등 6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유재수 화해중재원 사무처장은 “교회나 성도 등 많은 분쟁 당사자들이 조정·화해로 이어지지 못하고 상담에서 그치는 이유는 양측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당사자들마다 ‘내가 옳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탓”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인식 부족과 편견도 화해중재원 활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화해중재원 부원장인 장우건 변호사는 “분쟁 중인 당사자들 가운데는 ‘중재원이 우리보다 상대편의 입장을 옹호한다더라’ 혹은 ‘중재원에 의뢰하면 분쟁 내용이 외부에 새어 나간다’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다”면서 “중재원은 법원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중립적 지위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고, 사건내용과 의뢰인 신분에 대한 비밀 준수 의무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 화해사역에 중재원 역할 필수”=화해중재원은 지난해 7월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법원연계조정기관’으로 지정돼 교회 분쟁 관련 소송을 위탁받아 조정업무를 진행 중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총 12건 중 6건에 대해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유 사무처장은 “현재 서울중앙지법과 맺고 있는 연계조정 업무협약을 모든 법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또한 ‘화해사역’의 활성화를 위해 타 유관기관과 업무협약도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해중재원은 무엇보다 분쟁을 겪고 있는 교회와 성도들이 사회법에 호소하기에 앞서 중재원의 문을 먼저 두드리도록 힘을 쏟을 계획이다. 한국교회의 유일한 ‘화해사역’ 기관인 데다 교회 분쟁이 증가세에 있는 현 상황에서 중재원의 역할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장 부원장은 “교회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원을 이용하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면서 “3심제를 두고 있는 소송과 달리 단시일 내에 단심으로 결론을 낼 수 있고, 각종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승패가 엇갈리는 소송제도에 비해 사후 후유증이 덜하다는 이점도 있다.
현재 화해중재원은 김달식 김상원 김형선 박재윤 손지열 유지담 이용우 정기승 전 대법관 등 8명의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포함해 법조인과 목회자, 학자 등 70여명의 중재인과 50여명의 조정위원을 두고 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