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기울었지만 넘어지진 않는다!

입력 2013-01-29 17:38


어느 교회에 설교하기 위해 갔다가 그 교회 목사님께서 촬영하신 사진으로 달력을 만든 것을 보았습니다. 비전문가의 눈에도 사진 실력이 매우 뛰어나 보였습니다. 그중 눈에 띈 사진이 피사의 사탑이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이 탑의 특징이 기울었지만 넘어지진 않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기울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그 탑의 밑을 보수했다는 설명도 곁들여 주셨습니다.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 그 탑이 유명한 것은 기울어졌기 때문입니다. 기울어지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유명한 건축물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목사님께서는 한국교회가 기울어지긴 했지만 결코 넘어지지 않는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어른 목사님을 통해 희망적인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한국교회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왜 이렇게 희망이 보이지 않는지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울긴 했지만 결코 넘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믿으니 그런대로 희망이 생깁니다. 사실 엄밀하게 따지면 교회가 한번도 똑바로 서 있던 적은 없습니다. 항상 어느 쪽으로든지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어느 쪽으로, 얼마나 기울었느냐’가 관건이었지 늘 기울어져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어디 교회뿐입니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반듯하게 서 있는 것이 있을까요. 반듯하게 서 있다고 생각된다면 그것은 내가 보는 각도가 삐뚤어져서 바르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하나님의 눈에 반듯한 존재가 과연 있을까요.

남편이 마음에 들고 자녀가 날 행복하게 해 주는 순간에도 그들이 모두 반듯하게 서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히 한 부분에서 내 마음에 기쁨을 주는 수준에 근접했을 뿐이지요. 모든 것은 기울어져 있습니다. 정치도 그렇고 교육도, 사회도 그렇습니다. 정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판사도 검사도 요즘 삐뚤어진 행태를 보이면서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그들은 늘 그래 왔던 것입니다. 조금 더 삐뚤어져 심하다 싶으니까 비난의 강도가 세진 것일 뿐이지요. 우리들의 착시현상으로 똑바르게 보일 때도 누군가의 눈에는 어느 한쪽으로 분명히 기울어 있던 것입니다. 그렇게 기울었음에도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며 이 세상은 지탱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문제입니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채 기울어진 줄도 모르는 나 말입니다. 사진을 찍다보면 ‘고개를 오른쪽으로 세우세요’라는 사진사의 말을 듣기도 합니다. 기울어진지도 모르고 삽니다. 누군가의 지적으로 바르게 세웠지만 여전히 다시 기울어지곤 하지요. 끊임없이 난 기울어져 있지만 균형을 잡아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존재일 뿐입니다. 사실 지구는 늘 기울어진 채 잘 돌고 있습니다. 기울어진 교회 모습에 너무 절망하진 맙시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