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반짝 인기 안타까워요, 한복 이렇게 멋스러운데… ‘우리 옷’ 대중화 위해 뛰는 한복놀이단
입력 2013-01-29 17:30
AK플라자, 홈플러스, 이마트 등 유통가에선 설을 열흘 남짓 앞둔 요즘 설맞이 한복 판매 이벤트들을 펼치고 있다. 우리 고유의 명절로 어른께 세배를 올리는 설에는 한복을 입는 이들이 꽤 있다. 하지만 반짝 관심이다. 이때가 지나가면 또 한복은 장롱 서랍 속으로 들어가게 마련이다. 우리 옷에 대한 어른들의 이 같은 무관심이 안타까워 한복 대중화를 위해 뛰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 바로 한복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모임인 ‘한복놀이단’ 단원들이다. 김소현(26·직장인) 부단장을 비롯한 4명의 단원을 지난 27일 본사 회의실에서 만났다.
김씨는 “한복놀이단은 2011년 7월 결성됐으며, 11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면서 회원연령대는 주로 10∼20대이며, 남성 회원도 20%쯤 된다고 소개했다. 남성회원이 숫자는 적지만 한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는 등 더욱 열심히 활동한다고 그는 귀띔했다.
한복놀이단의 ‘왕언니’인 조혜정(32·인테리어 디자이너)씨는 “놀이단은 한복 대중화를 위해 한복플래시몹, 한복입고 나들이하기 등 젊은이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놀이문화 컨텐츠와 한복을 결합한 캠페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창단되던 해 8월 서울 동교동 홍대 부근 놀이터에서 진행한 이후 3·1절, 광복절 등에 회원들이 벌인 한복 플래시몹은 한복과 한복놀이단을 알리는 1등 공신이다.
홍보팀장을 맡고 있는 황자람(27)씨는 지난해 1월 플래시몹을 보고 합류했다. 미인대회에 출전하면서 한복을 마련했다는 황 팀장은 “너무나 예쁜 한복의 매력에 푹 빠져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뛰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지부장을 맡고 있는 최민정(20)씨도 지난해 8월 광복절 플래시몹을 보고 가입했다. 최 지부장은 “고등학교 때 해외 펜팔친구에게 한복 사진을 보냈더니 기모노냐고 물어서 놀랐다”면서 기모노보다 훨씬 아름다운 한복을 지구촌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한복은 우리 옷이니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이라고 입을 모은다. 출근할 때도 가끔 한복을 입는다는 조씨는 “한복을 입고 멋쟁이들이 모인다는 서울 강남에 갔을 때 명품 옷보다 한복이 훨씬 아름답더라”고 자랑했다.
한복을 즐겨 입는 이들은 ‘명절도 아닌 데 웬 한복?’ 하는 시선과 “오늘 무슨 일 있어?” 라는 질문이 가장 싫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한복을 자주 입었다는 김 부단장은 “우리 옷을 입는 데 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느냐?”면서 한복을 무슨 일이 있는 날이나 입는 특별한 옷이란 생각을 없애고 싶다고 했다.
최 지부장은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며 도리질을 했다. 그는 “품이 넉넉하면서도 선이 아름다운 한복은 신체의 단점들을 가려줄 뿐만 아니라 활동하기에도 불편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황 팀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지난해 여름 홍콩과 마카오에도 한복을 입고 다녀왔는데 너무 편했고, 보는 이들이 모두 ‘아름답다’고 칭찬했다”면서 외국인들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려 한복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조씨는 “한복이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다”고 했다. 그는 “수입 명품 브랜드 옷들은 한복보다 더 비싸지 않느냐”면서도 “사람들이 한복을 즐겨 입는다면 당연히 값이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한복을 자꾸 입어 사람들 눈에 익게 하는 것이 한복 대중화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한복을 입고 전시회도 가고 고궁도 찾고 있다고 했다.
한복놀이단은 올해 율곡이이의 ‘십만양병설’을 모티브로 온·오프라인 ‘명절한복입기 10만 서명 운동’을 펼치는 한편, 1인1한복 캠페인을 통해 일상에서도 한복 입기를 시도할 예정이다. 그 첫 걸음으로 오는 3월1일 도심 한복판에서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한복입기 행사를 추진 중이다. 한복을 입고 지정된 장소에 오는 사람들에겐 작은 선물을 줘서 한복입기를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