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화성공장 불산 누출 1명 사망… 25시간 동안 쉬쉬, 대피 조치도 안해
입력 2013-01-29 00:51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불산(불화수소희석액) 가스가 누출돼 작업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치료를 받았다. 삼성전자는 자체 수습을 고집하느라 25시간이 지나는 동안 유관기관에 제때 신고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화성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27일 오후 1시30분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생산11라인에 있는 불산 저장 탱크의 낡은 밸브관 가스킷 수리 중 일어났다. 불산 공급장치 이상을 발견해 오후 11시쯤 배관 교체작업 중 불산 공급배관의 하부 밸브가 녹아내리면서 불산이 계속 누출됐다. 이 바람에 협력업체 STI서비스 소속 박모(34)씨 등 작업자 5명이 불산에 장시간 노출됐다.
작업자들은 이튿날인 28일 오전 4시46분 수리를 마치고 귀가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날 오전 7시30분쯤 목과 가슴 통증, 어지럼증으로 서울 영등포동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다. 마스크만 착용한 채 작업했던 박씨는 오후 1시55분 숨졌다. 다른 작업자 4명은 ‘이상이 없다’는 의료진 소견에 따라 오후 7시35분 퇴원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작업장 내부 CCTV 확인 결과 일부 작업자들이 방독면 등 안전장구를 갖추지 않고 작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최초 이상징후를 파악했을 당시 불화수소희석액이 배관에서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STI서비스는 수리작업 전 10시간 동안 유출 부위를 비닐봉지로 막아 놓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경기도와 경찰은 누출된 불화수소희석액(액체 상태로 50% 농도의 불산)은 10ℓ가량으로 추정했다.
불산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무색무취의 맹독성 물질로 실온에서 기체 상태인데다 공기보다 가벼워 빠르게 확산되는 특성이 있다. 피부에 닿으면 심각한 화상을 입히고 눈과 호흡기로 들어가면 신체 마비나 호흡 부전 등을 유발한다.
인근 주민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동탄신도시 주민 양모(27)씨는 “공기 중에 불산이 있을까봐 밖에 나가기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성명을 내고 “누출된 불산은 극소량이며 유출 시 폐수처리장으로 자동 이송되는 구조라 유출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25시간이 넘어 도청과 경찰, 소방 당국의 사고 발생 확인 요청이 들어오고 나서야 사고를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 대피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자체 수습을 시도하다 화를 키웠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경찰과 소방서, 환경유역환경청 등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삼성전자가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등을 위반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생산라인 내 잔류 가스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화성=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