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비상사태 부활… 대규모 시위 3곳 선포, 유혈충돌 확산 희생늘어
입력 2013-01-29 00:53
이집트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축구장 참사 재판 선고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 이틀째인 27일(현지시간) 포트사이드 등 3곳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 정권 당시 31년간 지속됐다 지난해 해제된 비상사태가 부활한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사형이 선고된 축구팀 ‘알 마스리’ 팬들의 연고지인 포트사이드와 수에즈, 이스마일리아 등 3곳에 30일간 선포된 비상사태로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통행이 금지됐다. 그러나 비상사태가 선포된 이날 밤 12시부터 수에즈 시민 수천명은 무르시 대통령의 조치에 항의하고 나섰다. 거리에 선 젊은이들은 둥그렇게 모여 “새로운 독재자 무르시에게 수에즈 시민들이 말한다. 법을 존중하고 국가적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는 이집트 카이로 법원이 지난해 2월 축구장에서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73명 중 21명에게 사형을 선고하면서 확산됐다. 지난 2월 폭동으로 74명이 숨지긴 했으나 지나치게 편향된 판결이라는 여론이 힘을 얻은 것이다.
28일에도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시위대 1명이 숨지는 등 이집트 곳곳에서 유혈사태가 계속됐다. 이에 따라 지난 25일부터 시위 과정에서 숨진 사망자는 최소 56명으로 늘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앞서 27일에는 포트사이드에서 열린 시위 희생자 장례식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조문객이 경찰에 돌멩이를 던지자 경찰이 최루탄 발사로 대응해 유혈사태가 일어났다.
무르시 대통령은 국영TV 연설에서 “내무장관에게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명령했다. 치안 유지를 위해 추가 조치도 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축구장 참사 판결을 존중하라고도 촉구했다. 대통령 권한과 이슬람 율법을 강화한 새 헌법으로 지난해 11~12월 혼란스러웠던 이집트 정국은 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고 있다. 무바라크를 몰아낸 혁명의 상징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