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살인독감?
입력 2013-01-28 19:17
질병관리본부가 전국에 인플루엔자(독감) 유행 주의보를 발령한 지 열흘이 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인플루엔자 표본 감시 결과 병원 방문 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가 4.8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난 17일 유행 주의보를 발령했다.
일단 독감 유행주의보가 내려지면 그 이후 한 달 전후에 감염 환자 발생률이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2월 초까지 앞으로 10여 일간이 독감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활개를 치게 되는 절정기라는 얘기다.
이 시기는 특히, 한동안 뜸했던 한파가 다시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초중고교의 겨울방학이 끝나고 곧 설 연휴가 이어져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과 한파는 독감 바이러스가 가장 좋아하는 감염경로이다.
최근 국내 몇몇 언론이 ‘살인독감’으로 인해 최근 미국에서만 벌써 수십 명의 환자가 사망했고, ‘변종 G바이러스’의 출현 및 대유행까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여행객이나 이상 기류를 타고 국내로 유입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명백히 다르다. 지금 미국에서 유행 중인 H3N2 아형의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변종이 아니다. 이번 겨울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돼 이미 독감백신에 포함해놓은 바이러스다. 다만 미국의 경우 예년보다 조금 더 빨리, 더 크게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환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주의를 끌게 된 요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미국에서 현재 유행 중인 변종(?)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걱정은 한마디로 기우이다. 현 상황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새로 유행을 타기 시작한 독감에 감염되지 않도록 백신 접종, 개인위생 관리 등 예방 노력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독감 바이러스는 보통 4월 초까지 유행한다. 따라서 독감 예방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임신부 등 노약자들은 지금이라도 서둘러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한 정상인의 경우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대체로 면역력을 금세 획득, 거뜬히 물리칠 수 있지만 저항력이 떨어지는 노약자들은 자칫 심각한 폐렴을 합병,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백신 접종 외엔 수시로 손 깨끗이 씻기와 기침 에티켓 준수 등 개인 및 공중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바이러스는 대개 손에서 손으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바깥나들이 후 귀가하거나 다른 사람과 접촉한 후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도록 하자. 기침을 할 때도 고개를 돌린 채 휴지로 입을 가리고 한 다음 즉시 버린다. 감염 시엔 적절한 해열, 진통, 소염 치료와 더불어 탈수 예방을 위해 수시로 물을 마시고,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
정희진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