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50대 수출품목 52% 겹쳐

입력 2013-01-28 22:36

한국과 일본의 주요 50대 수출 품목 중 절반 이상이 겹쳐 최근 엔화 약세로 한국 수출이 예상보다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일본의 50대 수출 품목 가운데 중복되는 품목이 26개에 달해 중복 비율은 52%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출 1위 품목인 석유화학제품을 비롯해 승용자동차, 화물자동차, 전자집적회로, 선박, 액정 디바이스, 자동차부품, 전화기, 기계류 등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 품목들이 대부분 일본과 경쟁하는 중복 품목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과의 중복 비중은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2000년 주요 50대 수출품목의 한·일 간 중복 비중은 20%에 불과했지만 2002년 42%로 급증했고, 2006년에는 50%까지 상승했다. 이후 2010년 48%로 잠시 주춤했으나 지난해에 다시 52%까지 상승했다.

산업연구원이 집계한 한국과 일본의 전체 산업 수출 경합도 지수 역시 2000년 0.221에서 2010년 0.394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전자부품의 경합도가 같은 기간 0.205에서 0.621로 뛰어 올랐고, 플라스틱제품(0.657)과 자동차(0.625)도 높은 경합도를 나타냈다.

이처럼 양국 주요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인 만큼 최근의 환율 흐름이 국내 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품질에 큰 차이가 없다면 가격 차이가 수출 실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달러당 70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아베 정권 출범 후 현재 90엔대까지 치솟은 상태로, 이 같은 엔화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나타나도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 수출 증가세가 유지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세계 수요의 회복속도가 느리면 수출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며 “특히 전기전자, 자동차, 선박, 철강, 화학 등 일본과의 경합도가 높은 업종 및 품목의 수출이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