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한은 향해 쓴소리… “세계경제 회복 기미 안보여… 환율전쟁이란 표현 과하지 않아”
입력 2013-01-28 22:43
하성근(전 한국경제학회장) 금융통화위원이 한국은행을 겨냥해 작정하고 쓴소리를 했다. 한은의 세계경제 전망은 물론 정책신뢰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하 위원은 28일 한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세계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인다는 말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김중수 한은 총재가 세계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한 것과 상반되는 분석이다.
그는 “현재 위기를 맞은 주요국은 과거 흥청망청 지내며 거품을 야기했다가 이게 붕괴되자 새로운 거품을 조성해 대응하고 있다”면서 “숙취를 해장술로 다스리려 할 뿐 정작 본격적인 체질개선에 나서는 곳은 없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 위원은 환율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다. 그는 “올해는 환율전쟁이라는 강한 표현을 동원하더라도 결코 과한 게 아니다”며 “세계경제에 보호주의가 확산되고 있어 우리는 이를 아주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금통위 직후 김 총재가 “환율전쟁이라는 말을 쓸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등 그동안 한은이 ‘환율 방어’에 소극적이라는 시장의 비판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한은의 금리정책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를 거론했다.
하 위원은 “좋은 정책 발굴도 중요하지만 정책 당국의 신뢰 구축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주어진 일이 어렵고 중요할수록 원칙대로 처리해서 시장의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지난해 시장 기대와 달리 단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데 그쳤다. 경기침체 속도를 늦춰줄 수 있는 금리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실기 논란을 빚었다.
시장에서는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감이 높은 상황에서 지난 11일 금통위에서도 금리를 동결하자 하 위원이 의견을 적극 개진한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 후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 금통위 내에서 ‘매파’(금리 동결·인상을 통한 물가안정 지지)와 ‘비둘기파’(금리 인하를 통한 성장 지지) 사이에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 위원은 지난해 4월 금통위원에 임명될 때 비둘기파로 분류됐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