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1월 효과’ 한국만 실종… 환율 충격에 뒷걸음

입력 2013-01-28 18:55


‘환율 충격’에 증시가 휘청거린다. 재정절벽 해소,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초 2000포인트를 훌쩍 뛰어넘었던 코스피지수가 어느덧 1940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다. 상승세를 이어가는 세계 증권시장과 딴판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원화강세 기조가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환차익을 노리고 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은 폭등했다.

◇코스피지수 ‘나홀로 하락’=28일 코스피지수는 1939.71포인트로 장을 마치면서 연초보다 2.87% 떨어졌다. 지난 25일까지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6.04%,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5.11%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98% 상승), 홍콩 항셍지수(4.07% 상승),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지수(3.23% 상승) 등 아시아 신흥국 증시도 일제히 상승세다.

코스피지수의 독자적인 하락 행보는 올해 ‘빅 랠리’를 예상하던 금융투자업계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이날 이례적으로 ‘사과의 변(辯)’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연초 증시가 강할 것이라고 내다본 예측이 정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승우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환율과 수급 충격이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증시에서 뚜렷한 호재가 없어도 연초에 통상 상승하는 ‘1월 효과’가 사라진 이유로 환율 리스크를 꼽는다. ‘엔저·원고’ 현상이 예상보다 오래 진행돼 수출 의존도가 큰 자동차·정보기술(IT) 업계에 타격을 줬고, 이는 고스란히 코스피지수의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연초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52주 신저가를 계속 경신했고, 대장주 삼성전자조차 157만6000원에서 137만2000원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ATM 코리아”에서 손 터는 외국인=수출기업의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는 환율은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도 부추기고 있다. 이날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만 5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무려 19.0원 오른 1093.5원으로 마감했다.

이수현 현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계속된 원화 강세 기조에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왔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것”이라고 환율 급등 원인을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뺀 자금을 일본 증시로 옮기고 있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통화팽창 전략을 쓰면서 경기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일본 수출기업의 전망이 밝아지면서 주가도 크게 오르고 있다”며 “이를 노리고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고 일본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가 큰 개선 흐름을 보이기 어렵겠지만, 2분기에 접어들며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했다. 상장 기업의 실적 부진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고 환율이 적정 수준을 회복하는 시기를 다음 달 말 이후로 예상하는 것이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3개월 이상 세계 증시 흐름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