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동원] 금융감독체계 개편 국회가 나설 때
입력 2013-01-28 18:41
금융감독체계는 금융산업 발전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다. 올바른 금융감독체계 구축 없이 금융산업과 시장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현행 금융감독체계는 문제가 많다. 금융산업 정책 기능과 금융감독 정책 기능을 하나의 기관(금융위원회)에서 담당하는 예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하는 두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또한 금융감독 정책기구(금융위)와 금융감독 집행기구(금융감독원)가 분리돼 있는 국가도 유례를 찾을 수 없다. 두 기관 간 마찰과 갈등이 일어나면서 시장에 혼란과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국제적인 기준을 외치면서 유독 감독체계만은 국제적 기준을 따르지 않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왜 이런 기형적인 금융감독체계가 탄생됐을까. 바로 2008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졸속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한시적 기구인 인수위가 충분한 검토 없이 짧은 기간에 밀어붙이다 보니 이런 과오를 범한 것이다. 물론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국회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시 관련 전문가 등 학계는 문제가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러한 염려는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이런 점에서 현행 금융감독체계가 대수술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관련 학회 등이 수차례 토론회를 개최한 것도 바로 이러한 필요성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1998년 이후 금융감독체계 개편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적인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은 주도권이 정부에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정부조직 개편과 맞물려 있다. 그런데 이해관계 당사자인 정부가 주도하다 보니 올바른 개편이 이뤄질 수 없었고, 매번 미봉책으로 끝나버렸다. 정부가 금융감독 정책 권한을 계속 행사하고 싶어하는 ‘욕심’ 때문이다. 지난해 국무총리실이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봐도 알 수 있다. 금융감독은 공적 민간기구가 수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인 데도 이 보고서는 정부가 금융감독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이상한’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나설 때다. 인수위가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권한도 없다. 근거법인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7조는 인수위의 업무로서 정부 조직·기능의 ‘파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개편을 주도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인수위는 현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 정부나 국회에 건의를 하는 정도의 역할을 하면 충분하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법 개정 사항이므로 입법부인 국회가 주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는 각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백년을 내다볼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90년대 금융개혁을 주도한 호주 ‘왈리스 보고서’나 캐나다 ‘매케이 보고서’의 성공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둘 다 민간위원회가 주도한 것이다.
개편되는 금융감독체계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금융위의 금융산업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금융감독 정책 기능은 공적 민간기구인 금감원에 넘겨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감독 정책기구와 감독 집행기구의 통합도 이룰 수 있다. 이렇게 될 때 중요한 금융감독의 중립성, 독립성,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는 금융감독을 정부가 직접 하지 않고, 별도의 공적기구를 만들어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바람직한 금융감독체계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