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나친 법조인 중용은 3권 분립 정신 훼손

입력 2013-01-28 18:40

이해 충돌 우려…널리 인재 구하는 노력 절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두 아들의 병역 면제 및 부동산 투기 의혹 때문에 품위와 도덕성 면에서 무난하다는 당초 평가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일제 강점과 광복, 그리고 동족상잔의 전쟁에 이은 압축적 경제성장으로 우리 사회 지도층의 과거 처신이 오늘날의 국민 기대에 못 미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 기회에 최고 헌법 해석 기관인 헌법재판소장을 역임한 김 후보자를 다시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부를 통할하는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인 국무총리에 지명한 것도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헌재소장은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과 함께 소위 4부 요인으로 꼽힌다. 비록 사법부의 수장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자리에 있었던 사람을 다시 행정부의 최고 요직에 임명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법부에 속하는 대법관이나 헌재 재판관은 그 직역에서는 최고의 공직이므로 다른 공직으로 옮길 때는 불가피한 사유가 아니면 자제해야 하는 것이 맞다. 평생을 노력해도 오를까 말까 한 명예로운 자리에 오른 사람이 다른 공직을 위해 쉽사리 그 자리를 포기한다면 공직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과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그 자리에서 이미 물러난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가령, 대법원장을 지낸 사람이 국무총리가 될 경우 사법부 소속 공무원의 자존심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은 자명하다. 이는 입법부 및 행정부와는 별도의 독립성을 가지고 업무에 충실하라는 헌법상의 3권 분립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 하물며 헌재소장을 지낸 김 후보자를 국무총리에 임명할 경우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기관 간 권한쟁의와 행정행위 등이 헌재의 심판 대상이 될 경우 과연 초연할 수 있겠는나.

물론 장점이 많은 법조인을 행정부 요직에 중용하는 것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멀게는 이회창 당시 대법관이 감사원장에 이어 국무총리로 기용됐고, 가깝게는 김황식 국무총리도 똑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행정행위도 근본적으로는 법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헌재소장을 지낸 김 후보자는 여권의 선거본부에 몸담았다는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법조계 내에서는 대법관 출신인 안대희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과 김 후보자 두 사람이 몸담았던 공직을 너무 가벼이 여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입당 당시에도 없지 않았다. 취임한 지 불과 4개월인 안창호 헌재 재판관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 검증에 선뜻 동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은 많아도 쓸 만한 사람은 많지 않다는 인사권자의 고민을 모르지는 않는다. 또 날로 기대수준이 높아지는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을 감안하면 청문회 문턱을 통과할 공직 후보자를 찾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손쉽게 갖다 쓸 수 있는 사법부 출신 인사 말고 다른 곳에서 널리 인재를 구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