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치 흔드는 특사 중단해 유종의 미 거둬야
입력 2013-01-28 18:38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 계획에 명시적인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 당선인은 조윤선 대변인을 통해 “만약 사면이 강행되면 이는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 권한 남용이며 국민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26일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라고 했던 간접적인 경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르면 29일 재임 중 마지막 특사를 단행할 태세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특별사면은 법무부 사면심사위를 거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특별사면이 이 대통령의 권한이고 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국민이 반발하고 있는 사안이라면 집착해서는 안 된다. 특별사면권은 사법권에 예외적인 제한을 가하는 것이어서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으므로 매우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 특히 대통령 친인척·측근 비리나 권력형 비위 등에 대한 사면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특별사면이 임기 말 역대 대통령에게 관행화돼온 일이라고 하더라도 과거를 답습하지 말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게 이런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다.
더욱이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이 대통령의 측근들이 사면에 포함된다면 국민의 저항이 거셀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고령이고 대선 공신이어서 이 대통령이 부채의식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대통령 권한을 동원해 두 사람에 대한 법집행을 중지시킨다면 권력 남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두 사람이 지난해 11월 말과 12월 상순 각각 상고를 포기해 사면자격을 갖춘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사면 절차가 진행돼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 대통령이 측근을 사면하면 국민통합을 해치고 새 정부에도 부담을 준다. 벌써부터 사면을 둘러싼 갈등을 놓고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갈등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야당에서는 특사에 반대하는 박 당선인의 진정성까지 문제 삼고 있다. 이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이 월권 시비를 감수하고 현직 대통령에게 고언을 한 것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4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국정 마무리 작업이 잘 될 수 있도록 국무위원들이 마지막까지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공정 사회 분위기를 저해하고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불러일으킬 특별사면을 접고 후임 대통령들에게 정치쇄신의 대도를 열어주는 게 이 대통령이 유종의 미를 거두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