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기적...제1회 감사나눔운동 페스티벌

입력 2013-01-28 20:29

‘범사에 감사하라.’

기독교인이라면 귀가 닳도록 듣는 성구 중 하나다. ‘어떻게 매사에 감사하며 살 수 있지?’ ‘감사하는 인생이라고 특별히 달라질 게 있을까?’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헌정기념관 강당. ‘제1회 감사 나눔 페스티벌’에 참석한 ‘감사의 달인’들의 입술에서는 감사의 열매가 쏟아졌다.

“감사는 나를 변화시키고 주변 사람들을 변화시킵니다. 감사하는 가슴의 밭에는 실망의 씨가 자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해군 장교인 김중구(40·해군 1함대 사령부) 소령은 자신이 이런 고백까지 하게 될 줄 몰랐다. 고속정 2척을 지휘하는 김 소령은 지난해 4월 병영생활 개선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일상에서 감사할 내용을 찾아 나누는 감사나눔 운동에 참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처음에는 민간기업에나 어울릴 법한 감사나눔 운동이 자칫 전투력 증강을 소홀케 하고 업무부담만 가중시키지 않을까 걱정부터 앞섰다.

상명하복. 김 소령은 부대원들에게 각자 감사수첩을 마련토록 했다. 매일 오전 회의 때마다 3명씩 감사한 일 3가지씩 발표하게 했고, 가장 많은 감사거리를 내놓은 부대원에게는 ‘감사배지’를 선물했다. 가정의 달인 5월에는 부대원 부모님들에게 ‘100가지 감사한 일’을, 배우자들에게는 ‘50가지 감사한 일’을 적어 편지로 발송하게 했다. 연말에는 자녀들에게 감사편지를 쓰도록 했다.

운동을 시작한지 10개월. 김 소령의 눈앞에는 믿기 힘들 정도로 풍성한 ‘감사의 열매’가 쌓여 있었다. 출동으로 한달에 보름씩 떨어져 살아야 하는 부대원들의 가족 관계가 돈독해졌다. 안부를 주고받는 횟수가 늘었고, 대화가 많아졌다. 부대원들의 부대생활에서도 각종 사고가 눈에 띄게 감소하는 등 뚜렷한 변화가 일어났다. 더욱 놀라웠던 건 감사나눔운동이 전투력 향상에 든든한 디딤돌이 됐다는 것.

김 소령이 속한 편대는 지난해 탑건 선발대회에서 최고의 성적으로 ‘최우수 고속정 편대’의 영예를 안았다. 이어 부대관리 우수 등으로 ‘전투준비태세 우수편대’에 선정되는가 하면 ‘정신 전력 우수부대’에도 뽑혔다. 감사나눔운동 전에는 얻을 수 없었던 성과였다.

“감사운동 덕분에 반쪽의 삶을 더 얻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하나님에 대한 감사는 늘 해오면서 정작 사람에 대한 감사 표현에는 인색했거든요.” 김 소령이 꼽은 ‘감사의 유익’이다.

2011년 5월의 어느 날 밤, 여동생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절망적이었다. 아버지가 전립선암 말기이며, 암세포가 몸 전체에 전이됐다는 것. 스스로 원망하고 좌절감에 빠진 박인만(53·포스코 ICT) 부장은 가방에서 ‘감사노트’부터 꺼냈다. ①아버님의 일생 77년 동안 행복한 가족 돌아볼 수 있어 감사 ②더 큰 고통 오기 전에 병원 찾을 수 있어 감사 ③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할 수 있게 하심 감사….

감사한 내용을 한 가지씩 써내려가는 동안 박 부장은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화돼가는 기분을 맛봤다. 그는 이런 느낌을 함께 나누고 싶어 슬픔에 빠진 남매들과 가족들에게 전화로 감사문자 나누기를 제안했다. 4남매와 박 부장 식구 등 모두 11명이 동참했다. 박 부장의 남매와 가족들은 감사 문자메시지로 서로 위로하고 격려해주며 힘을 얻어갔다. 아버지의 암 선고는 남매와 가족들 간에 시들었던 관심과 사랑의 나무를 살려냈다. 박 부장의 아버지는 지금까지도 생존해 있다.

전국적으로 감사나눔운동을 펼치고 있는 감사나눔신문(사장 김용환 장로)이 마련한 이날 행사에서는 김 소령과 박 부장 등 감사나눔 사례 공모전에 응모한 15명(단체 포함)이 상을 받았다.

감사가 주는 가장 큰 유익은 무엇일까. 수상자들은 “나와 주변의 변화”라고 입을 모은다. 성경은 말한다. ‘ 범사에 감사하는 것은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뜻(데전 5:18))’이라고.

글·사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